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기관에 따라 2%대 중반에서 4%대 초반까지 크게 엇갈리고 있다. AI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부 기관은 불과 수개월 만에 전망치를 수직 상향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국내외 42개 기관 중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 이상으로 제시한 기관은 11곳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행과 OECD는 2.6%를 유지하고 있어, 기관 간 시각 차가 1.5%포인트(p)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다.
4개월 만에 1.0%→4.0%…전망치 수직 상승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로 4.0%를 제시했다. 지난 2월 1.0%에서 출발해 3월 1.6%, 4월 2.7%를 거쳐 지난달 4.0%로, 거의 매달 가파른 상향 조정을 이어온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 같은 조정 배경으로 “한국 경제가 AI 관련 수출 수요의 큰 파도를 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국내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국내외 기관을 통틀어 가장 높은 4.1%를 제시했다. JP모건은 3.7%,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와 씨티는 각 3.5%를 전망치로 내놓았다.
씨티는 기존 3.1%에서 3.5%로 0.4%p를 올리며 상향 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씨티는 4~5월 실물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했고, 9월 초까지 25조원 이상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을 전망치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에서 3.1%로 대폭 상향했으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2.0%에서 3.0%로 끌어올렸다.
컴퓨터 수출 290.7% 급증…반도체가 성장 엔진
이 같은 전망 상향의 핵심 동력은 AI 서버용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 증가다. AI 서버 관련 컴퓨터 품목 수출은 290.7% 급증했다.
S&P 글로벌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을 핵심 공급자로 지목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반도체 특수에 따른 수출·투자 호조와 추경 집행 효과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8월 전망 상향 가능성…신중론도 여전
한국은행은 오는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1.7%)보다 0.1%p 높은 1.8%로 확인되면서 기존 2.6% 전망을 조정할 여지가 생겼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19일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KCMI)은 2.9% 성장을 예상하면서, 반도체 호황이 내수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