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엔진과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수직 이착륙기(VTOL) 시제기 3기를 2030년까지 제작·비행한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4년이라는 촉박한 일정 안에 완전 신규 항공 플랫폼을 국산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우주항공청(KASA)은 10일 경남 사천 우주청사에서 항공기 체계·소재·부품 기업 20곳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미래항공기 개발 전략을 공유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우주항공 산업육성전략의 핵심 실행 과제를 산업계에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였다.
이 사업은 민·관 합산 70조 원, 정부 주도 55조 원 규모의 우주항공·첨단산업 투자 패키지와 연동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이브리드 VTOL 단일 사업에 배정되는 구체적인 예산 수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민간은 순수 배터리…역할 분담 구조 공식화
우주항공청이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이중 구조’다. 정부 투자는 엔진과 배터리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VTOL에 집중하고, 순수 배터리 기반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는 민간 자본이 개발하도록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는 글로벌 UAM(도심항공교통) 시장에서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 독일 릴리움 등 민간 기업이 순수 배터리 eVTOL 상용화를 주도하는 흐름과 대조된다. 항공 전문가들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 한계로 인해 고중량·장거리 임무에는 하이브리드 또는 터빈 기반 전기추진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분석한다.
우주항공청은 하이브리드 VTOL을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닌 ‘기본 플랫폼’으로 설정했다. 소방·재난 대응, 응급 의료 이송, 일반 공공임무 등으로 임무를 확장할 수 있는 다목적 국가 항공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4년 일정의 현실성…”국산 소재·부품 생태계가 변수”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시제기 3기를 제작·비행한다는 일정의 현실성에 주목한다. 완전 신규 항공기 플랫폼에 하이브리드 추진계통과 인증·안전 기준 확립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참여 기업들은 국산 소재·부품 기업의 참여 확대, 시험·실증 인프라 지원, 초기 공공수요 창출을 통한 시장 마중물 확보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주도 체계개발 사업을 통해 신기술에 대한 선행 개발이 이루어져야 일정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항공 소재·부품 분야에서는 경량 복합소재, 고성능 배터리·전력변환 시스템, 터빈 연계 전기추진 장치 등이 핵심 공급망으로 꼽힌다.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의 거점인 사천·창원·진주 일대 항공·방산 기업 집적지는 핵심 제조 허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민간 항공산업의 획기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 주도 국내 독자 미래항공기 플랫폼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공공·소방·의료 등 다양한 임무로 확장해 수출할 수 있도록 다각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