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아파트, 1억에 잃은
가수 혜은이의 고백
“40~50억짜리 아파트를 1억에 넘겼다.” 혜은이(67)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이 말 한마디에는 무거운 세월이 담겨 있었다.
화려했던 전성기,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무대의 여왕은 이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힘겨웠던 순간을 털어놓고 있었다. 지난 28일 방영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그녀는 과거의 고통을 담담히 풀어냈다.
“전성기의 수익? 천만 원이었다. 그때 아파트 몇 채 값”
이날 방송에서는 혜은이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과거 전성기 시절의 수익과 삶을 회상했다. 남궁옥분이 “1983년 광고료로 300만 원을 받았다”며 당시의 경제적 성공을 언급하자, 혜은이는 자신이 광고 하나로 천만 원을 받았던 1977년을 떠올렸다.
“그때 천만 원이면 지금의 아파트 여러 채 값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픔으로 이어졌다. “결국 전 남편 때문에 그 아파트를 1억에 빼앗겼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그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40억에서 50억에 이른다. 혜은이는 “내 손에 쥔 건 없지만, 빚을 갚기 위해 버텼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녀는 전 남편 김동현의 사업 실패로 인해 200억 원에 달하는 빚을 떠안았고, 이를 갚기 위해 20년 동안 밤무대와 각종 행사에 나서야 했다.
“부부니까 함께 짐을 진 거야”
혜은이는 과거를 떠올리며 “빚은 한꺼번에 떠안은 게 아니다. 서로 어려울 때 돕는 게 부부 아니냐”며 당시의 심정을 설명했다. 두 자녀를 키우면서도 그녀는 가수로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30년간의 결혼 생활은 2019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이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싫어서 헤어진 게 아니다. 서로 편안한 삶을 위해 선택한 거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금 더 참아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혜은이는 1975년 히트곡 당신은 모르실 거야로 데뷔해 단숨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 여정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악극단을 운영했던 덕분에 혜은이는 다섯 살 때부터 무대에 섰다. “말도 잘 못할 나이였지만 노래는 잘했다. 아버지가 내 끼를 알아보고 무대에 세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는 혜은이의 삶을 뒤흔들었고, 고등학교 시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녀는 주 4일 대사관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학교를 지나칠 때마다 또래 친구들처럼 놀아보고 싶었다”고 털어놓으며, 당시 느꼈던 외로움과 소외감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