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배우 김수미,
그가 원했던 마지막 모습

연예계의 ‘국민 엄마’로 불리며 수십 년간 대중과 함께해온 배우 김수미가 향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부터 다양한 작품 속 독보적인 연기로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가 된 김수미.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 등장해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때, 그는 겨우 29세에 불과했지만,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력으로 완벽한 시골 할머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김수미는 다양한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고 ‘가문의 영광’의 조폭 보스 홍덕자 역, ‘맨발의 기봉이’에서 아들을 돌보는 순박한 시골 어머니 등 강렬한 배역들을 통해 잊히지 않는 장면들을 남겼다.
그는 또한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선 초현실적인 캐릭터 이사벨로 유쾌한 변신을 하며 대중에게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김수미는 대중과 카메라 앞에서 거의 모든 삶을 보낸 천생 연예인이었다. 고인은 올해 건강 악화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으나, 최근까지도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생전 아들 역시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며 온라인상 떠도는 사진들에 대한 소문을 일축했지만 안타깝게도 건강 악화로 끝내 별이 된 그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슬프지 않은 영정사진

그는 생전 밝게 웃는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을 남기며 자신이 원하는 장례식의 모습에 대해 밝혔다.
2018년, SBS 예능 ‘집사부일체’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수미는 “어느 장례식장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영정사진을 남기고 싶다”며 멤버들에게 밝게 웃는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인 영정사진의 슬프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닌 아름답고 멋있게, 그리고 행복하게 기억될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촬영 장소로는 가을 단풍이 절정을 맞이한 수목원을 골랐다. 김수미는 밝은 분홍색 드레스와 검은 모피를 입고 화사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단풍이 깔린 숲을 배경 삼아 서 있었다.

이승기가 “어떻게 사진을 찍어드려야 할까요?”라고 묻자 김수미는 슬프지 않은, 환하게 웃는 표정을 요청하며 “웃으면서 ‘아, 갔구나. 우리는 잠시 김수미를 기억하자’ 그렇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누구나 죽는다”는 말을 덧붙이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 김수미는 “명이 다할 때쯤엔 이런 사진도 괜찮다”며 유쾌한 모습으로 영정사진 촬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