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 나는 무명 시절”
배고파서 ‘마가린 죽’ 만들어 먹었던 배우
드라마 ‘미생’으로 얼굴을 알린 이성민은 이후 영화 ‘변호인’, ‘군도: 민란의 시대’,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운수 오진 날’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그러나 그에게도 빛을 보지 못했던 오랜 무명의 시간이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연기에 꿈이 있었던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배우를 꿈꾸며 제대 후 대구에서 극단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극단 생활은 생각보다 더욱 힘들었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는 가구는 물론, 아무것도 없는 쪽방에서 지내며 끼니를 거르기는 일쑤였고, 한번은 커피 프림에 마가린을 넣어 죽처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버스비도 없어서 걸어 다닌 그는 타지에서 외로움과 배고픔을 겪으며 너무 서러웠던 나머지 매일 밤 베개를 끌어안고 우는 일상을 보냈다.
결혼도 해결하지 못한 생활고
하지만 그의 고된 극단 생활에도 한 줄기 빛이 있었다. 공연 속 춤추는 장면의 안무를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그는 지인을 통해 현대무용을 전공한 한 여성을 만났고, 그 여성은 그의 현재 아내가 됐다.
아내가 그에게 먼저 연락을 해도 되냐고 관심을 표현하며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이성민은 어려운 형편에 아내와의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교제 1년 만에 아내가 결혼을 먼저 제안해 대구에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무명이었던 이성민은 여전히 수입이 없었고, 아내의 임신 소식에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는 “첫 아이 임신 소식을 듣고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은 너무 사랑스럽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좀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연을 위해 그는 6년 동안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지냈고, 그동안 아내는 본인이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딸의 분윳값을 해결하며 생활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아내와 딸이 있는 대구 집에 내려갔던 그는 매번 아내에게 용돈 10만 원씩을 받아 갔고, 한번은 도시가스비 낼 돈이 없어서 장인어른의 카드를 쓴 적도 있고 말하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대패 삼겹살을 안 먹는 이유
그는 아이에게도 미안한 아빠였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고깃집에 갔지만, 돈이 없어서 1인분에 1000원 정도 했던 값싼 대패 삼겹살을 먹였다고. 그는 “지금도 대패 삼겹살을 보면 그때가 생각나 안 먹는다”고 말했다.
한편, 결혼 10년 후 형편이 나아진 그는 무명이었던 자신과 결혼을 결심한 아내에게 “당신은 나를 뭘 믿고 결혼했어?”라고 물었고, 아내는 “그냥”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가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물으니 아내는 “전혀. TV에 나오는 상상조차 못 했어”라고 했고, 그는 “이런 점이 고맙다”고 털어놨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늦게라도 잘돼서 다행이에요. 그 연기력을 어떻게 썩히랴”, “너무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일단 나오시면 무조건 보는 배우!”, “사람 이성민을 알아본 아내분도 대단하시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