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로 집 한 채 받았는데”
그가 모든 걸 잃은 안타까운 사연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MBN 프로그램 ‘특종세상’에서 오랜만에 근황을 공개한 배우 반문섭은 5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의 거처는 어머니의 묘소 바로 옆이다. 과거 인기 배우였던 그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마련한 전셋집과 이 컨테이너를 오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회상도 이어졌다. 반문섭은 “어머니는 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후 억척스럽게 홀로 저를 키워주셨다”라며 “몇십 리를 걸어다니며 비단 행상을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작은 체구로 무거운 짐을 이고 다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라고 말했다.
반문섭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당시 그는 “많게는 1년에 8편, 적게는 4편을 찍었다.
출연료가 300만 원 정도였는데, 그 돈이면 새로 지은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당시 어머니를 위해 집 한 채를 마련해 드렸을 만큼 성공의 정점에 서 있었다.
그토록 잘나갔지만…
그러나 사업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반문섭은 “잦은 비에 옷 젖는다고 작은 사업이라도 해보려 했는데, 칼국수 가게부터 액세서리 판매까지 손대지 않은 것이 없었다”라며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16억 원 정도 날렸고, 어머니께 사 드렸던 집도 결국 팔아야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업 실패로 인해 반문섭의 삶은 급격히 무너졌다. 그는 “아내와도 별거를 오래 했고, 결국 이혼했다. 아이들과도 멀어졌다. 손녀가 다섯 살 때 본 이후 지금껏 보지 못했다”라며 쓸쓸함을 드러냈다.
제작진이 컨테이너 생활의 어려움을 묻자 그는 “밥할 도구와 생활도구가 모두 있다.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라고 담담히 답했지만, 혼자 쓸쓸히 식사를 하던 중 손녀 사진을 들여다보며 “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긴 시간의 실패와 상실 속에서도 반문섭은 새롭게 살아갈 힘을 다지고 있다. 그는 “과거 실패로 어머니를 더 행복하게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어머니가 원하셨던 대로 더욱 건강히 열심히 살겠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산속에서 운동을 하며 몸을 단련하고 있다는 그는 “과거 사극과 무술 드라마를 많이 했다. 혹시 다시 나를 찾는 날이 오면 대비하고 싶다”라며 재기를 향한 희망도 내비쳤다.
“나는 빵점 남편이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반문섭은 자신의 실패가 가족에게 끼친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과거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고 있었다. “어머니도, 가족도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라는 그의 말은 힘겹지만 단단했다.
컨테이너 안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은 외롭고도 고되겠지만, 반문섭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품고 여전히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