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90도로 인사했던
예능계 대부 이경규
1981년 MBC 라디오 개그 콘테스트로 개그맨 데뷔를 한 이경규는 이후 MC,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만능 에듀테이너로 거듭났다.
특히 2세대 탑 개그맨인 심형래와 동시대에 데뷔해서 현재 4세대 예능인과 함께 활동하는 그는 시대를 불문한 개그로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예능계 대부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방송 3사 연예대상을 모두 휩쓸었고, 유일하게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를 모두 걸쳐 대상을 받은 예능인이기도 하다.
명언의 영감은 알코올!
애주가로도 유명한 그는 소주 2병만 있으면 명언을 뿜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명언을 기록한 주변 동료 개그맨들에 따르면 취중 명언집을 출간할 수 있을 정도라는데.
“원래 공자나 예수도 직접 책을 쓰지 않고 제자들이 기록했다”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적당히 먹으려면 술을 뭐 하러 먹니?’라는 술에 관한 명언부터, ‘선풍기 바람이 시원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서 오는지 알기 때문이다. 자연 바람이 시원한 이유는 어디서 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생이 아름다운 건 우리가 어디서 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와 같은 인생철학이 담긴 명언까지 남겼다.
그는 ‘나는 큰 그릇이다. 그리고 와이프는 나를 덮는 뚜껑이다. 고로 나보다 더 큰 사람이다’라는 아내에 대한 명언도 남겼으나 곧이어 “근데 그 뚜껑이 자주 열려”라고 덧붙이며 반전을 주었다.
‘눕방’의 창시자
방송 촬영의 마음가짐이 ‘열심히 하자’가 아닌 ‘굵고 짧게 하자’인 그는 촬영의 시간 효율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를 개그로 풀어낸 그는 귀차니즘이 강한 캐릭터로 새로운 방송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2016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그는 강아지 분양을 주제로 자신의 애완견 6마리와 함께 생방송을 진행했다.
귀여운 강아지들이 꼬물꼬물하는 모습이 주요 내용이었던 방송에서 그는 “이 개를 보십시오 여러분. 힐링하세요”라며 강아지를 쓰다듬었고, 그의 자세는 점점 편해지며 결국 누워서 강아지와 노닥거리는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이는 ‘눕방'(누워서 방송)이라는 새로운 방송 형태로 떠올랐고 큰 재미가 없는데도 묘하게 중독돼서 계속 보게 되는 매력으로 이후 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용되었다.
연영과 후배 최민식과의 우애
동국대학교 연극 영화과 출신인 그는 동문 후배에 대한 애정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2년 선후배 사이인 최민식은 그를 멀리서라도 보면 90도로 인사하며 깍듯이 대하면서도, 이경규와 하루가 멀게 같이 술을 먹었던 각별한 사이라고 한다.
최민식은 과거에 이경규가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담배 사 오라면 사 오고 술 사 오라고 하면 술 사 오며 그의 잔심부름을 도맡았지만, 군기로 인해 대학 내 체벌이 흔했던 때에도 이경규에게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최근 이경규는 최민식의 영화 ‘파묘’ 촬영장에 치킨 차를 보내며 현재진행형인 우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경규 개그 진짜 웃겼음. 지금 봐도 웃김”, “이경규가 연예계 대부인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지”, “최민식이랑 영화 찍어주세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