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연예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칸의 여왕’이 된 부끄럼쟁이 소녀

수많은 카메라와 제작진들 앞에서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한 연예인들을 보면 저들은 태생부터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름만 대면 전 국민이 알 법한 톱 여배우는 사실 학창 시절에는 일어서서 교과서를 읽는 것도 못할 만큼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었다는데.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연예인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지금은 국내외로 인정받는 월드 스타가 된 여배우가 있다.
수줍음 많은 소녀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이 놀라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아름다운 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자랑하는 배우 전도연이다. 그녀는 ‘밀양’으로 대한민국 배우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스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전도연이 어렸을 때는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무서워했다고 밝혔다. 대학교 때는 친구와 만나서 같이 과제를 하기로 했는데, 그 친구가 모르는 친구들과 있는 것을 보고 혼자 하겠다며 집에 가 버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녀가 어떻게 연예인이 될 수 있었을까. 전도연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청소년 잡지를 읽고 엽서를 보냈는데 그게 당첨이 되어 경품을 받으러 갔고, 그녀를 본 관계자의 추천으로 모델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일을 통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조금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연예인이 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배우가 꿈인 친구를 따라 함께 서울예대에 지원했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그녀 혼자 덜컥 합격해 버렸다고.
이후 자연스럽게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충무로 데뷔작이었던 ‘접속’이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리며 단번에 인기를 얻었다.
또한 ‘내 마음의 풍금’, ‘해피 엔드’, ‘너는 내 운명’, ‘밀양’, ‘하녀’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영화들로 연기력까지 입증하며 국내에서는 가히 따라올 수 없는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당돌하고 귀여웠던 신인 시절

전도연은 한 인터뷰에서 데뷔 초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는데, 당시 그녀는 탤런트 공채나 오디션에 떨어져도 “안 되면 결혼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털어냈다고 한다.
한 오디션에서는 “데이트하러 가야 돼서 바빠요”라고 말하고 오기도 했다고. 그녀는 당시를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은 이런 면 때문에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또한 그런 모습 때문에 실패해도 견딜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그녀를 처음으로 혼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사랑할 때까지’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박근형이다. 그는 진지하게 임하라며 그녀를 혼냈고, 덕분에 그녀는 충격을 받고 노력해 나중에는 박근형의 칭찬을 얻어냈다고 한다.

뒤늦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전도연은 연극 ‘리타 길들이기’에 도전하기도 했는데, 연극에 첫 도전했던 소감은 “사람들이 진짜 이걸 다 외워서 한다고?”였다.
여러 명의 주연 배우가 번갈아가며 공연을 하는 더블캐스팅 공연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을 미루다가 결국 미루지 못하는 날이 왔다고 한다.
전도연은 눈물을 쏟으며 대사를 외웠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대사를 외우지 못했고, 연출자는 기억나는 대사라도 말하고 오라고 했다고.

그녀의 첫 등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도저히 문을 열 수가 없어 연출자가 그녀를 억지로 무대에 밀어 넣어야 했다.
연극이 끝나고 그녀가 잊어버린 대사들을 이야기하며 울자, 연출자는 “자기가 까먹은 대사를 다 알고 있는 건 너밖에 없다”라며 웃어 주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 스타가 되었지만 여전히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전도연은 최근 ‘리타 길들이기’를 이어 27년 만에 도전하는 연극 ‘벚꽃동산’을 마치고, 영화 ‘리볼버’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