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서도 위로받지 못했다”
맏며느리 이혜정의 고독한 싸움

한식, 양식, 베이킹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빅마마’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아 온 요리 연구가 이혜정은 화려한 커리어 뒤, 신혼 시절 쉽지 않았던 시집살이의 시간이 있었다.
1979년, 산부인과 의사 고민환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는 그는 결혼 후 겪은 시집살이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시누이까지 모셔야 했던 신혼

지난 1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이혜정은 어린 시절부터 ‘부잣집 맏며느릿감’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맏며느리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남편이 시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을 때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혼 첫날부터 그는 예상치 못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이혜정이 시집을 간 집은 시부모님, 시누이, 시동생 그리고 신혼부부까지 총 여섯 명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었다. 그는 “집이 마치 어른들만 사는 공간 같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남편은 레지던트 3년 차로 전문의 자격 시험을 앞두고 있어 거의 집에 없었고 시어머니는 “남편은 일해야 하니 절대 아무것도 시키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웠다. 남편이 잠들 때면 방문도 살짝 열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조심해야 했다고 한다.
남편뿐만 아니라 시누이도 모셔야 했던 이혜정은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시누이가 방에서 나오면 심장이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시누이가 ‘우유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뒤꿈치를 들고 가서 조용히 문 앞에 놓고 ‘우유 놔뒀습니다’ 하고 나와야 했다”는 말에 출연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친정도 싸늘

가장 힘들었던 건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이었다. 여섯 식구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저녁을 준비하면서 다음 날 아침까지 미리 챙겨야 했다.
하루가 끝나면 어른들의 가운과 와이셔츠 최소 세 벌을 다려놓아야만 비로소 일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한 식탁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밥이 남아 있으면 ‘저걸 내가 먹어도 될까?’ 고민해야 했다”고 말하며 당시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결국, 친정어머니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돌아온 답은 차가웠다. “출가외인이 무슨 집안일을 바깥에 이야기하냐”는 말에 더욱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MC 최은경은 “이게 10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이 나간 후 누리꾼들은 “이건 결혼이 아니라 노동 계약 아닌가?”, “아무리 옛날이야기라고 해도 너무하다”, “맏며느리라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더 안타깝다”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