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아야 했던 이유
한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을 계기로 몇 년 동안 활동 중단과 생활고를 겪었던 개그우먼 정정아가 당시의 이야기와 그 후의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을 털어놓았다.
정정아는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서 15년 전 KBS ‘도전 지구탐험대’에 출연해 아마존에서 아나콘다를 잡아야 했던 당시의 아찔했던 순간들을 회상했다. 촬영을 위해 출발하는 날, 그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아버지의 걱정 어린 잔소리에 예의를 차리기 위해 고개를 돌려 답하다 발생한 사고였다.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정정아는 병원에 가지도 못한 채로 비행기 시간과 촬영 일정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더욱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는데, 그가 탑승하려 했던 비행기가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이들은 페루에서 다른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정정아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하루 늦게 출발한 덕분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정아는 일주일 만에 6m 길이의 아나콘다에 물려 중상을 입고 말았다. 아나콘다의 갈고리 같은 이빨에 살이 벌어져 힘줄이 보일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현지 병원에서의 치료 과정도 고통스러웠다. 감자칩을 먹던 간호사가 씻지도 않은 손으로 상처를 만지고, 소독약을 그대로 붓는 등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게다가 코뿔소에 치여 허벅지가 함몰된 환자가 있어 뱀에 물린 자신의 상처는 대수롭지 않게 취급됐다고 한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이 사건은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졌고, 정정아는 ‘장수 프로그램을 망하게 한 연예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1년 8개월간 방송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생활고에 시달린 그는 어머니에게 돈을 받아 쓰기가 죄송해 악세서리를 만들어 지하철에서 노점상을 했고, 알아보는 사람들을 피해 출구를 옮겨가며 장사를 했다고 고백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아버지와의 갈등이었다. 아버지 정대근 씨는 10년간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며 안타까워했고, 정정아는 “혼자 겪은 일에 대해 ‘많이 놀랐겠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마음이 이렇게 사무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너무 힘들었겠다. 이제라도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방송사의 책임을 물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트라우마가 됐을 것” 등의 반응을 보이며 정정아를 향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