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집을 떠나…”
그가 고백한 안타까운 사연
“어렸을 때, 배가 너무 고프면 놀이터에 고인 흙탕물을 마셨다”라는 한 마디는 그의 지난 삶을 단번에 담아냈다. 인기작 ‘더 글로리’로 이름을 알린 배우 정성일은 어린 시절 겪었던 굶주림과 가족의 부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뜻밖의 기적들을 담담히 이야기했다.
한때는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소년이 어떻게 오늘날 스크린에서 빛을 발하게 됐는지, 그의 지난 삶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정성일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가장 먼저 꺼낸 사람은 두 살 차이 나는 친누나였다. 그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누나가 부모와 다름없는 존재였다”라고 회상했다.
정성일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어머니는 건강 문제로 요양을 떠나셨고 아버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남겨진 그와 누나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대소변까지 받아가며 어린 나이에 생계와 집안일을 책임져야 했다.
남매를 보살필 어른이 없어 식사가 부족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그는 참다못해 보도블록에 고인 빗물을 마신 적도 있었다. 흙과 모래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겨우 허기를 달랬던 그 시절의 기억은 아물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만난 어머니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뜻밖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건강을 되찾고 돌아온 어머니가 대학교 진학을 권유했고, 그는 공부 대신 실기를 요구하는 연기과를 택했다.
우연히 발을 들인 연기라는 길에서 정성일은 뜻밖의 열정을 발견하며 배우로서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이후 20년 동안 배우로서 자신을 증명하기까지는 오랜 인내가 필요했다.
비밀의 숲2에 출연한 뒤 김은숙 작가의 눈에 들어 더 글로리의 하도영 역에 캐스팅되었고, 그 배역을 위해 1년을 오롯이 기다렸다는 일화는 그의 열정을 엿보게 한다.
배우로서의 성취와 함께 찾아온 기쁨은 가족과의 재회였다. 특히 유치원생인 아들이 유치원에서 “아빠가 배우냐”며 사인을 요청받았을 때, 그는 그 어떤 성취보다 더 큰 행복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사인이 뭔지 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는 그의 말은 그가 과거의 결핍을 통해 지금의 행복을 더욱 진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성일은 요즘 방송과 영화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은 행운이었다”며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노력과 기다림의 결실을 맺기까지 그의 길은 멀고도 험했지만, 배우 정성일은 그 시간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단련해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