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못해
버려질 뻔했던 ‘명곡’의 사연
지금은 명곡으로 사랑받고 있는 김종국의 ‘사랑스러워’. 하지만 이 곡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작곡가 주영훈은 방송을 통해 이 곡이 “모두가 거절했던 폐기처분 위기의 곡”이었다고 털어놨다.
주영훈은 과거 MBC 예능 프로그램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종국의 ‘사랑스러워’는 일본 여자 아이돌 그룹의 요청으로 일본풍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반품당했고, 이후 국내 여러 가수에게 제안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슈가’, ‘캔’, 신인가수 등에게도 보내봤지만 모두 외면했던 곡이었다고 한다.
이 곡이 김종국에게 가게 된 배경도 독특했다. 주영훈은 “김종국 앨범 작업 중 추가 곡이 필요해 부록으로 넣어보냈는데, 김종국이 메인 곡이 아닌 이 부록곡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가사 역시 김종국이 요청해 새로 쓰였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점은 ‘사랑스러워’의 초안 가사가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주영훈은 당시 곡 제목이 ‘Blue Heaven’이었고 가사 내용도 “오~ 사랑, 기쁨, 행복과 미소”처럼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일본풍의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방송에서 이 가사가 공개되자 출연자들은 다소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주영훈은 “노래는 가사와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곡이 된다”며 이를 유쾌하게 넘겼다.
아무도 몰랐던 이들의 오랜 인연
‘사랑스러워’는 김종국과 주영훈의 오랜 인연 속에서 탄생한 곡이다. 주영훈은 김종국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1994년, 태진아 씨 사무실에서 작곡할 때 김종국이 오디션을 보러 왔다. 당시 열중쉬어 자세를 하고 있어서 조직 생활하는 친구로 오해할 뻔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김종국의 외모가 R.ef의 이성욱처럼 소녀 팬들에게 인기가 있을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터보 1집 앨범에는 사진조차 없었다”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김종국과 함께 만든 터보의 곡들은 나이트클럽에서 큰 인기를 끌며 시대를 풍미했다.
‘사랑스러워’는 발매 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김종국의 대표곡이자 결혼식 축가의 단골 손님으로 자리 잡았다. 주영훈은 이 곡이 거듭 거절당했을 때를 떠올리며 “결국 노래마다 주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 곡은 일본에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또 다른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에서 일본인들이 ‘사랑스러워(サランスロウォ)’에 맞춘 안무 영상을 올리며 챌린지가 확산 중이다. 18년 만에 다시 인기를 얻는 곡의 저력에 국내 팬들도 놀라워하고 있다.
‘사랑스러워’의 20년 가까운 여정은, 한때 모두가 거절했던 곡이 이제는 세대를 넘어 국제적으로 사랑받는 명곡으로 자리 잡았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