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가 없어요”
모두가 놀란 그녀의 이야기
배우 이경진이 자신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아버지의 가출, 어머니의 희생, 그리고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삶의 무게는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경진의 아버지는 딸 넷을 두고도 아들을 낳아야겠다는 이유로 가족을 떠났다. 어린 시절의 이경진과 세 자매, 그리고 어머니는 그날 이후로 고단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 엄마가 그때 35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아빠가 떠나고 엄마는 딸 넷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셨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에는 버스비를 아껴 모은 돈을 어머니께 드리며 “내가 돈을 벌면 엄마를 잘 모셔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아버지
성공한 배우로 자리 잡은 후에도 그녀의 삶에는 가족이란 이름의 무게가 여전히 자리했다. 특히 전성기 시절, 10여 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한 날은 그녀에게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이경진은 “멀리서 봐도 아버지인 걸 바로 알겠더라. 그런데 마음속에서 북받친 건 반가움이 아니었다. 첫마디가 ‘아들 낳았냐’였고, 낳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아들이랑 잘 사세요’ 하고 돌아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를 다시 만났지만, 나는 키운 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추억도 없고,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다. 내 부모는 엄마 한 분뿐이었다”고 단호하게 덧붙였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보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컸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부모님이었다. 아버지는 그저 무서웠던 존재였다”며 냉정한 듯 담담히 말했다.
어머니를 향한 효심은 그녀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모든 재산을 어머니께 맡겼고, 큰언니의 쌍둥이 아들들이 스탠퍼드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조카들의 학비를 지원했다.
이는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고자 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선택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았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됐지만, 결국 미국 사람이 됐다. 곁에 없으니 보람도 덜하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경진은 가족에 대해 담담히 말했다. “가족은 상처이면서 치유이기도 하다. 아픔 속에서도 어머니는 나를 지켜준 유일한 존재였다.” 그녀와 어머니가 함께한 시간, 그리고 자신의 헌신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단순한 고백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