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대부’ 설운도,
그의 무명 시절을 뒤바꾼 남진의 단 한마디
‘사랑의 트위스트’, ‘쌈바의 여인’, ‘보랏빛 엽서’… 트로트계에서 이 곡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설운도는 대한민국 트로트의 전성기를 이끌며 수십 년 동안 히트곡을 쏟아냈다.
지금은 국민 가수로 불리지만, 처음부터 그의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긴 터널 같았던 그의 무명 시절 끝에 따뜻한 빛을 비춰준 사람은 다름 아닌 남진이었다.
대스타 남진을 만나다
설운도는 20살이 되자마자 큰 가수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로 상경했다. 밤마다 클럽과 극장 무대를 전전하며 이름도 없이 매일매일 무대에 올라갔다.
원래 그는 록 음악을 하며 꿈을 키웠지만 생계를 위해 나이트클럽의 무대에 서기 시작하며 트로트로 발을 넓혔다.
설운도는 “하루에 100곡을 부른 날도 많았다”며 “한 곡 한 곡 부르며 노래 실력과 레퍼토리를 쌓아갔다”고 말했다.
그때 설운도에게 무대에 선다는 건 그야말로 생존과도 같았다.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매 순간 전력을 다해 노래했다.
그런 그에게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1978년이었다. 나이트클럽의 무명 가수로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설운도 앞에 ‘스타 중의 스타’라 불리던 남진이 초청 가수로 등장했다.
무명 가수 설운도에게 남진은 마치 멀게만 보이던 신화 같은 존재였다. 그는 남진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 채 그저 무대의 한구석에서 그의 무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데 남진은 자신을 유난히 초라하게 느끼던 설운도를 알아본 듯, 그를 무대로 불러세웠다. 남진은 그를 바라보며 “네 노래 참 좋다. 앞으로 대성할 거야.”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설운도는 당시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남진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설운도는 “그 말이 나를 무대 위로 다시 올라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며 “처음엔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지만 그 후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남진과의 인연은 멘토와 후배로 이어졌고 설운도는 무대에서뿐 아니라 인생의 스승으로서 남진을 마음 깊이 따르게 됐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설운도가 트로트의 간판 가수로 자리 잡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무명 시절 받았던 격려의 힘을 전하고자 후배들에게도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