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연예계를 떠난 것도 어머니 때문이었다고?
신신애는 누구에게도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 화려한 전성기와 무대 뒤엔, 어머니의 강력한 영향과 그로 인한 인생의 선택들이 있었다.
안정된 간호사의 길을 버리고 연예계에 발을 들인 것도, 하루에 수천만 원을 벌 만큼 전성기를 누린 것도, 그리고 비혼주의를 선택한 이유마저도 그의 어머니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신신애는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강요받은 선택들과 그 선택들로 인해 겪은 갈등을 꺼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털어놓았다.
신신애는 고려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할 만큼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전무용과 인도 춤을 배우게 될 만큼 어머니의 영향력 아래 자란 그녀는 일찌감치 어머니가 그려놓은 그림 속에서 성장했다.
이후 그녀는 당시를 회상하며 “엄마가 나를 조종했다. 내가 안 한다고 했는데도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시키셨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며, 연예계 역시 어머니가 바라던 길이었다고 고백했다.
신신애는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어머니의 뜻에 따라 배우의 꿈을 품게 됐다. 때마침 병원에서 본 탤런트 공채 모집 공고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지원서를 넣었고, 결국 MBC 공채 탤런트 9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그에게 ‘간호사냐, 배우냐’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했다. 백의의 천사가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이유였다.
신신애는 모든 걸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간호사 생활을 접었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고 털어놓으며 당시의 아쉬움을 고백했다.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배우로서 그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가득 찼다. 드라마 ‘희망’에서 독특한 조연 캐릭터로 주목을 받은 후 인기를 얻어 트로트 곡 ‘세상은 요지경’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 그녀는 무려 하루에 1천만 원을 벌며 어머니에게 드릴 돈을 준비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하루 3~4회씩 행사 무대에 섰다. 돈을 셀 때 침이 마를 정도로 일했다는 회고는 그 시절의 성공과 노력의 대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고충이 있었다.
어머니가 병을 얻고, 신신애는 간호사 경험을 살려 오랫동안 병수발을 했다. 어머니가 떠난 후 그는 비혼주의자로 남았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그에게 결혼과 사랑에 대한 회의감을 심어주었고, 그녀는 “인간은 혼자 태어나 혼자 가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결혼이란 문제를 가진 남녀가 만나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일일 뿐이라며, 12살부터 받은 연애 편지에도 무심히 넘겼다고 했다.
신신애의 고백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 어머니라는 존재와 그 영향력 아래 살아온 한 인간의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삶은 어쩌면 부모의 뜻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으려 애쓴 한 여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