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나훈아
그였기에 가능했던 거절
2007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인물, 김용철 변호사. 그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는 단순한 폭로를 넘어 삼성 일가와 한국 사회의 여러 모습을 조명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수 나훈아와 삼성 일가와의 독특한 에피소드이다. 그의 책 속에서 김 변호사는 나훈아의 노래 ‘영영’과 ‘사랑’을 애창곡으로 꼽으며, 나훈아와 삼성 일가의 일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 일가 파티, 그리고 나훈아
이 책에 따르면,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일가는 자신들의 파티에 연예인, 클래식 연주자, 패션 모델들을 대거 초청했다. 가수들은 2~3곡을 부르고 대략 3000만원의 고액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파티 초청을 거절하는 이는 거의 없었으나, 대한민국 가수의 자존심 나훈아는 예외였다고 한다. 나훈아는 삼성으로부터 어떠한 거액의 제안을 받더라도 개인 파티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다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훈아의 이러한 태도는 예술가로서의 굳건한 신념과 대중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노래와 공연이 진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곳은 대중 앞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소신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나훈아를 단순한 가수가 아닌 진정한 예술가로 인정받게 했다.나훈아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소신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은퇴의 무게를 짊어진 대중음악의 거장
한편, 가수 나훈아가 데뷔 58년 만에 은퇴를 내비쳐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전국 투어 콘서트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의 마지막 인사가 될 전망이다.
나훈아는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이렇게 용기가 필요할 줄은 몰랐다”고 말하며, 오는 4월부터 시작하는 전국 투어를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로 예고했다. 이는 은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철학
나훈아는 소속사를 통해 공개한 편지에서 반세기를 넘는 긴 시간 동안의 여정에 대해 회고했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진리를 따르고자 한다”고 밝히며, 자신의 마지막 인사말에 모든 진심과 사랑, 감사함을 담았다고 전했다.
나훈아는 자신을 아끼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들의 박수와 갈채가 자신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동시에 자신을 비판하고 지적해준 이들에게도 감사를 표하며, 그러한 비판이 자만과 오만에서 벗어나게 하는 회초리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나훈아의 ‘마지막 콘서트’는 2024년 4월 27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여러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공연은 나훈아가 팬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가질 기회로, 대중음악계의 한 획을 그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