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명의 은인”
폭발 사고 속 하춘화를 살린 남자
1961년 만 6살의 나이로 데뷔한 가수 하춘화는 ‘물새 한마리, ‘잘했군 잘했어’, ‘날 버린 남자’ 등 여러 히트곡을 부르며 가요계 전설로 활약했다.
1977년 이리역에서 대형 열차 폭발 사고가 발생한 날, 그날도 하춘화는 공연을 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다. 그를 보기 위해 모인 수많은 관객 속에서 저녁 공연이 시작하는 오후 9시쯤 ‘펑!’ 하는 소리가 났다.
공연장 지붕이 무너지며 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하춘화는 불이 꺼지며 앞이 보이지 않아 이북에서 내려와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여기저기 신음 소리가 들리는 정신없는 와중에 코미디언 이주일이 그를 업고 도망쳤다. 벽돌에 맞아 크게 다친 이주일은 담을 올라가서 먼저 뛰어내렸고, 이어 하춘화에게 자신의 다친 머리를 딛고 내려오라고 했다.
머리를 다친 줄 몰랐던 하춘화는 그의 도움으로 사고 지점에서 탈출했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한 달 이상 입원했으며, 특히 머리뼈를 다친 이주일은 조금만 더 다쳤으면 뇌 손상이 있을 뻔했다고.
이후 “하춘화 씨가 머리 밟고 난 후로 머리카락이 안 난다”며 너스레를 떤 이주일에 하춘화는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코미디의 대가 코미디언 이주일은 폐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2002년 8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세상을 떠나, 올해로 사망 22주년을 맞았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주일 선생님 그립습니다.”, “서로에게 은인. 감동입니다”, “나 살기도 바쁜 순간에 돕다니. 생명의 은인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