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을 끊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9살부터 혼자 살았던 스타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강타한 KBS2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를 기억하는가? 대머리 가발을 쓴 남성 넷이 계속 이마를 손으로 두들기는 원초적 개그로 안방극장을 폭소로 물들였다.
코너에서 ‘옥동자’ 정동철과 함께 웃음을 줬던 2001년 KBS 16기 공채 코미디언 김시덕은 놀랍게도 개그 뒤에 숨겨진 아픔이 있었다.
춥고 배고팠던 어린 시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유년기를 보낸 그는 사생아로 태어나 9살부터 혼자 살았다. 그의 아버지는 본인의 가정으로 돌아갔고, 어머니도 그를 잠시 키우시다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났다.
우유와 신문 배달을 하며 2평짜리 단칸방에 홀로 살았던 어린 시절의 김시덕은 굶는 일이 다반사였고 연탄 한 장 뗄 수 없었다. 항상 배가 고프고 추웠던 그는 밥 주고 따뜻한 곳에서 재워주는 보육원에 있는 아이가 부럽기도 했다고.
이후 중학교에 들어간 그는 학자금을 면제해 준다는 말에 운동을 잘하지도 못하는데 체육 특기생으로 지원했고 페인트 공장 일과 건설 현장 일을 병행했다.
최우수 개그맨, 한 가정의 아빠, 그리고 무전과자
가난하고 고달픈 그를 위로해 준 건 개그였다. 그는 학교에서 재밌는 얘기를 하거나 선생님 흉내를 내면서 친구들을 웃기는 낙으로 살았다.
단 한 번의 낙방도 없이 지원한 모든 개그맨 시험에 붙은 그는 데뷔 후 유명세를 얻자 모르는 사람들이 방송국에 찾아와 빚을 갚으라고 하기 시작했다.
이는 바로 부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었고, 처음에는 몇천만 원씩 부모 대신 빚을 갚았던 그는 “계속 주면 안 될 듯하더라. 부모님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천륜을 끊었다”라고 더 이상 대신 빚을 갚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학창 시절 선생님들에게 “너는 가난하고 부모도 없으니까 사회 나가서 사고 칠 거야”라는 말을 듣고 자란 그는 2007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문 최우수코너상을 수상했고 2008년 승무원 아내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데뷔 23년 동안 무전과자다”라는 그는 “그렇게 말한 사람들한테 방송에서 당당히 말하겠다. 열심히 살았고, 예쁜 여자랑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돼 잘 살고 있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 실망 시키지 않겠다”고 굳은 심지를 밝혔다.
한편, 2010년 난치병인 강직성 척추염으로 ‘개그콘서트’를 하차하고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그는 꾸준한 운동과 관리로 건강이 호전돼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부모덕 없이도 어긋나지 않고 잘 자라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9살이면 정말 아기인데, 이런 분이 자수성가하신 거죠”, “혼자 저렇게 잘 자란 건 진짜 인간 승리다. 멋있다” 등 응원의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