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진짜로 사랑했던 남자”
전남편을 향한 고두심의 뭉클한 이야기
1972년 MBC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두심은 ‘전원일기’, ‘꽃보다 아름다워’, ‘설중매’ 등 수많은 작품에서 주로 엄마 역할을 하며 ‘국민 엄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방송 3사에서 진행하는 연기대상의 최다 수상자인 그는 현재 약 50년 이상의 배우 생활을 하며 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혼이 남긴 상처
1976년 고두심은 부산 출신 첫사랑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과 딸을 낳았지만, 1998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그는 성격 차이가 이혼의 원인이라고 말했지만, 이혼 후 한 방송에 출연해 “남편이 처음 사업에 실패를 했을 땐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업도 실패하면서 남자로서, 사업가로서, 아버지로서 모든 것에 대한 자신감을 다 잃어버린 것 같다”라고 말하며 남편의 연이은 사업 실패가 실제 이혼 사유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혼에 대한 인식이 더 부정적이었던 과거, 이혼을 했다는 사실만큼이나 그를 힘들게 한 것은 그를 향한 시선이었다.
2012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고두심은 아이를 혼자 식당에 데려가기가 무서워 대문 밖도 못 나올 정도였고, 또 이런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오랜 연기 생활로 바빴던 그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해 “나는 무정한 엄마”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고두심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도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은 그의 전남편이 아이들을 보기 위해 집에 왔다 갔고, 아이들은 ‘아빠 안녕히 가세요’하고 아빠에게 인사하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가 엉엉 울었다고. 이 모습을 본 고두심은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의 이혼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님에게까지 상처를 줬다. 그는 “(이혼이) 부모님을 제일 아프게 한 일이었고 내 인생의 제일 오점이었다”고 하며 “예쁘게 살았어야 했는데 가슴이 먹먹하다”고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래도 한때 사랑하던 사이
그리고 지난 2021년, 고두심의 전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아빠가 떠나는 순간을 곁에서 지켜본 그의 아들은 한 방송에 출연해 “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머릿속에 남겼으니 괜찮은데, 엄마는 괜찮은지 궁금하다”라고 고두심에게 물었다.
이에 고두심은 “괜찮지는 않다”면서 “너희 아빠는 평생을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남자였다. 내가 좋아한 남자랑 평생 예쁘게 살아야 했는데, 생각하면 뭉클해진다”고 답했다.
이어 그의 아들은 고두심에게 아빠의 유품 상자를 전달했고 이를 건네받은 고두심은 상자를 열고 울컥했다. 상자 속에는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고두심 신문 스크랩과 그의 사진이 가득했다.
이를 본 고두심은 “다 내 얼굴이네. 미워서 갔으면서 왜 내 사진을 이렇게 가지고 다녔을까.”라고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그리운 감정을 전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좋아했는데 이혼하기까지 얼마나 고뇌가 많았을지”, “한때 좋아했으니 결혼까지 했죠.”, “이혼했기 때문에 그나마 좋은 기억만 가지고 살 수 있었던 겁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