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다 아는데,
무명 가수는 어떻게 지낼까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노래, 그러나 가수와 곡 이름은 도통 기억나지 않는 묘한 노래가 있다. 바로 드라마 ‘추노’의 OST로 쓰였던 ‘바꿔’가 그 주인공이다.
이 곡은 수많은 예능에서 추격전 BGM으로 자리 잡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와 곡 제목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JTBC ‘슈가맨3’에 이 노래의 주인공, 그룹 글루미 써티스의 보컬 신용남이 등장했다.
놓을 수 없는 음악
‘슈가맨3’에서 신용남은 혼자 무대에 섰다. 2015년 그룹 해체 이후, 밴드 멤버들이 각자 생업에 바빠지면서 더 이상 음악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용남은 ‘추노’ OST 이후 인생이 바뀔 줄 알았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드라마의 엄청난 인기와 달리, “저도 ‘추노 OST’라고 소개할 때가 많다”고 말할 정도로 곡은 이름 없이 퍼져나갔고 신용남은 잊혀 가는 가수로 남았다.
밴드가 해체된 이후에도 그는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슈가맨3’에 출연하기 전에도 ‘히든싱어’ 모창 능력자로 등장하는 등 이곳저곳에서 주목받고자 했지만 무대에 다시 서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음악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보컬 강사, 식당 배달, 공장 일까지 가리지 않고 경험했다는 그는 “노래 쪽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다 보니 트로트 가이드까지 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한때는 생계를 위해 지지하지도 않는 정치인의 선거송을 녹음한 적도 있었다고. 그때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힘들었던 기억 속에서도 의미 있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BGM 작곡 일을 병행하며 한때, 유재석이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를 수상하는 장면에 자신이 작곡한 음악이 흐를 때 감격스러움을 느꼈다며 “음악을 하는 보람을 그 순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인천과 서울 출신 멤버로 구성된 듀오 ‘경인고속도로’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그는 “마음의 휴게소 같은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대중의 기억에 남는 ‘추노 BGM’이 아닌 제대로 된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 싶은 그의 소망이 담긴 시작이다. 그는 이제는 그저 추격씬 BGM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음악으로 청중의 마음에 오래 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