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배우 때문에
목숨 걸고 촬영한 최민식
한국 영화계의 대들보라 불리는 배우 최민식. 그는 영화 ‘올드보이’에서의 폭발적인 연기력으로 전 세계에 한국 영화를 알리며 칸 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배우이자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한국 영화 흥행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특히 ‘명량’은 1,700만 관객을 동원해 최민식이 대한민국 최고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수많은 대작과 흥행작 중에서도 최민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흥행에 실패한 2001년 작 ‘파이란’이다. 그가 ‘파이란’을 특별히 언급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절대 장백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마
영화 ‘파이란’은 2001년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등 다수의 상을 휩쓸며 ‘올해의 한국영화’로 손꼽힐 만큼 재평가된 작품이다.
최민식은 여러 인터뷰에서 “‘파이란’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자 참 오손도손 찍은 영화”라며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해당 영화는 막장 인생을 살아가는 삼류 건달 ‘강재’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아내 ‘파이란’의 부고를 접하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안타까운 이야기 속 ‘파이란’을 연기한 상대 배우가 바로 홍콩의 인기 여배우 장백지였다. 최민식은 장백지와의 촬영 비하인드를 공개하며 “한국에 혹한이 몰아치던 겨울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서 촬영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 장백지가 ‘다시는 한국에서 촬영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장백지가 연기했던 ‘파이란’은 빨래를 하고 물걸레질을 하는 장면이 많아 차디찬 물을 다루며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게다가 장백지와의 계약서에는 마시는 물은 생수여야 하고 아침 식사로는 키위 샐러드가 준비될 것이라는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현장이 위치한 강원도 고성에서 이런 메뉴를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스태프들은 대신 해장국을 준비해 그녀의 끼니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
최민식은 “그렇게 열악한 상황에 지친 장백지가 급기야 삼합회 조직원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울며 고자질했다”고 말했다.
삼합회는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대규모 범죄 조직으로,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최민식과 현장 스태프들은 순간 긴장에 휩싸였다.
장백지의 통역사가 전한 상황은 더욱 난감했다. 최민식은 “통역사가 ‘큰일 났다. 장백지가 모든 상황을 아버지에게 다 이르고 있다’고 전하며 장백지의 아버지가 여배우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고 계약 위반까지 있었다며 배려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이후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긴장하며 촬영을 이어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