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 약 1년 만에 미 해군으로부터 첫 함정 사업을 따냈다. 지난 30일, 한화디펜스USA와 한화필리조선소는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거점으로 미 해군 함정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첫 사례로, 국방·조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뒤 인력 확충과 설비 현대화에 2억 달러(약 2,6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은 지 불과 15개월 만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는 단순 인수를 넘어 미국 국방부의 공급망 안정화 정책과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프레임에 발맞춰 철저히 현지화 전략을 준비해왔다.
이번 수주는 설계 단계에서 출발하지만, 향후 실제 건조 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한화의 미국 내 조선·방산 규모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NGLS, ‘작지만 강한’ 차세대 보급함의 탄생

미 해군의 NGLS 프로그램은 기존 대형 보급함의 높은 운영비와 복잡성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소형화된 플랫폼으로 해상과 육상을 오가며 연료·물자 보급과 탄약 재무장 임무를 수행하는 ‘효율형 군수지원함’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검증된 상용 기술(COTS)을 군용으로 전환해 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한화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세계적 선박설계 기업 VARD의 하청업체로 참여하지만, 단순 보조 역할이 아니다.
시장조사부터 플랫폼 개념설계 고도화, 제조 용이성 검토, 상선 건조공법 적용 분석, 생산비용 최적화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다. 특히 한화의 세계적 수준의 조선 생산역량이 미 해군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계약에는 기능설계 계획과 특별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돼 있어, 향후 역할 확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설계를 넘어 건조로… 미 방산 시장 본격 공략

이번 개념설계 프로젝트는 2027년 1분기 완료를 목표로 한다. 업계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상세설계와 실제 건조 단계로 자연스럽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동맹국 기업의 현지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한화에게는 유리한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한화의 이번 수주가 한국 방산 수출 포트폴리오의 다원화를 의미한다고 평가한다.
기존 중동·동남아 중심에서 벗어나 미 국방부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로 확장되면서, 한화뿐 아니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의 미 방산 시장 진출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교두보 삼아 미국 내 조선·방산 생태계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