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는 맑음, 석유화학은 비’…2026년 하반기 한국 산업, 극명한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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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산업기상도
경기도 평택항 / 연합뉴스

반도체는 ‘맑음’, 석유화학은 ‘비’. 2026년 하반기 한국 주요 산업의 업황 격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지고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시기인데도, 어떤 업종은 수출이 전년 대비 90% 이상 급등하는 반면, 어떤 업종은 수익성 붕괴를 경고받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공동으로 분석한 ‘2026년 하반기 산업기상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동차·배터리·바이오·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이른바 ‘ABCD’ 업종은 ‘맑음’ 또는 ‘대체로 맑음’으로 예보된 반면, 기계·건설·철강·섬유패션은 ‘흐림’, 석유화학은 ‘비’로 가장 어두운 전망이 제시됐다.

반도체·배터리, AI·친환경 수요에 올라타다

하반기 업황 전망에서 가장 밝은 등급인 ‘맑음’을 받은 반도체는 3~5월 수출이 3개월 연속 300억달러를 상회했다. 하반기 수출은 1,9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2.2% 증가가 전망되는데, 이는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HBM 메모리 공급 부족과 재고 축소가 가격 강세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배터리(이차전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전기차 시장 호조에 힘입어 하반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43억2천만달러로 제시됐다. 자동차는 하반기 내수가 87만5천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고, 수출은 친환경차와 북미 시장 호조에 힘입어 132만5천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스플레이는 IT·자동차 제품의 OLED 전환과 폴더블·LTPO(저전력 디스플레이) 등 프리미엄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하반기 수출이 94억달러(전년 동기 대비 +0.2%)로 전망됐다. 바이오는 미국 생물보안법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로 한국 기업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선은 고선가 시기에 수주한 LNG운반선의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수출 호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역래깅’ 덫에 걸린 석유화학…전통 제조도 고전

여수 석유화학단지 / 연합뉴스

석유화학은 11개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비’를 받았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 대비 14.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역래깅 효과’가 수익성을 추가로 압박한다. 역래깅이란 원재료인 나프타를 고가에 매입한 뒤 시간이 지나 제품을 판매할 때 판매가격이 이미 하락해 마진이 급격히 축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계 업종은 철강·알루미늄 및 일부 기계류 파생제품에 부과된 관세 부담이 대미 수출 여건을 악화시켜 ‘흐림’으로 분류됐다. 건설은 공공·토목 수주가 회복되는 흐름임에도 민간 건축 부진과 실제 공사 물량 부족이 이어지고 있으며, 철강과 섬유패션 역시 중국산 저가 공세와 글로벌 소비심리 둔화로 수출·생산·채산성 전반에 걸쳐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글로벌 산업경쟁에서 각국 정부가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가운데 기업의 노력만으로 넘기 어려운 통상·공급망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성장산업의 투자·혁신을 뒷받침하는 한편 어려운 산업에 대한 ‘핀포인트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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