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가 술과 담배에 쓰는 돈은 줄이면서, 주식 거래 수수료 등 금융 서비스에 쓰는 돈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소비 구조의 무게 중심이 눈에 띄게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가계 목적별 최종소비지출(계절조정, 명목)’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보험 및 금융 서비스 지출액은 25조1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류·담배 지출은 3조7,723억원으로 2.6% 감소하며 2015년 1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4년 만의 최대 증가율…증시 호조가 ‘방아쇠’
이번 보험·금융 서비스 지출의 10.8% 증가율은 신용카드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었던 2002년 1분기(21.4%)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물가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도 전 분기 대비 9.6% 늘어, 역시 2002년 1분기(13.4%)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증가액만 보면 전 분기 대비 2조4,040억원이 한 분기 만에 더 쌓였다. 절대 규모로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식 거래가 많아져 거래 수수료 지출이 늘면서 전체 보험 및 금융 서비스 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보험 및 금융 서비스 지출에는 주식·채권 거래 수수료를 비롯해 보험사 서비스료, 은행 송금 수수료, 신용카드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완만한 회복’에서 ‘급등’으로…무엇이 달라졌나

이 지출 항목은 2023년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0.5% 급감한 이후, 2024~2025년에는 분기별 1~4%대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그러던 것이 2026년 1분기에 갑자기 두 자릿수 증가율로 돌변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증시 호조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참여 확대가 수수료 지출 급증으로 직결된 것으로 분석한다. 2002년의 급증이 신용카드 인프라 확장에서 비롯됐다면, 이번 급증의 핵심 동인은 주식 시장 거래 활성화로 지목된다.
주류·담배 지출, 피크 이후 3년째 ‘구조적 하락’
주류·담배 지출은 2022년 2분기 4조2,24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은 뒤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24년 3분기에 4조원 선이 무너진 이후 7개 분기 연속 3조원대에 머물고 있으며, 최근 3개 분기는 연속 감소했다.
이번 2.6% 감소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4분기(-4.9%)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 음주 및 회식 문화가 변화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을 배경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