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6년 2분기에 영업이익 89.4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그런데 주가는 오히려 장중 -9.43%까지 급락해 30만원선이 무너졌다.
실적이 좋을수록 주가가 오르는 교과서적 공식이 통하지 않는 역설적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역대급 실적인데…왜 주가는 빠지나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은 17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9.3%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810.3% 폭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65조~69조원(전년 대비 +649%)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약 15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시장의 컨센서스(평균 기대치)는 삼성전자 기준 85조원대였고, 일부에서는 90조~100조원을 기대했다. 실제 수치가 기대에 미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더 중요하게는 ‘다음 분기에도 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느냐’는 확신이 없다는 점이 주가 조정의 직접적 빌미가 됐다.
IBK투자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SK하이닉스는 2~3분기 중 영업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사이클을 보면 반도체 주가와 외국인 수급은 실적의 절대 수준보다 실적 증가율에 훨씬 민감하게 연동된다”고 덧붙였다.
빅테크 투자 둔화, 그 ‘정보공백’의 공포
조정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사이클에 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올해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의 AI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70~80% 증가한 7,250억달러에 달하지만, 내년(2027년)에는 1조1,000억달러로 늘어나도 증가율 자체는 50%대로 꺾일 것이라는 점을 핵심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시장이 빅테크 실적과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나오는 7월 말~8월 초까지의 정보공백을 가격 조정으로 미리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 호실적만으로는 반등이 부족하며, 3분기 실적 전망 상향과 AI 설비투자 지속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동성 80~90대…호재도 악재로 읽히는 심리 왜곡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현재 80~90대를 오가고 있다. 통상적인 수준인 20~30대를 훨씬 상회하는 ‘패닉 구간’으로,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이 같은 비정상적 고변동성 환경이 장기공급계약(LTA)이나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 같은 호재성 재료마저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 연구원은 “지수 변동성과 방향성을 동일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본격적인 하락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실적 피크아웃과 다음 분기 실적 감소가 현실화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신호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강세론을 유지한다. 그는 “AI 에이전트 확산은 메모리 수요를 3배, 자율주행은 5배, 로보틱스는 10배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향후 메모리 수요가 150배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으로 제시하는 등 AI 메모리 수요 기반의 장기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시장 일각에 존재한다.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 조정은 ‘AI 슈퍼사이클의 종료’보다는 ‘성장률과 투자 사이클이 현실과 맞는지 시험하는 구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7월 말 빅테크 실적 시즌이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첫 번째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