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보러 친정 방문했다가 대기실에서 유령 취급당한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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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이적 잔혹사
냉혹한 방송계 현실
개그맨
출처: 유튜브 채널 ‘하하 PD HAHA PD

오늘날 예능계에서 개그맨들이 자유롭게 방송사를 넘나들며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하는 모습은 매우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사 간 경계의 허물어짐 뒤에는 과거 굳어있던 관행과 금기에 정면으로 맞서며 패널티를 감수해야 했던 선구자들의 잔혹한 잔혹사가 존재한다.

2000년대 초반 공개 코미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대표 개그맨 정형돈이 친정 네트워크를 뒤로하고 예능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겪었던 냉대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뒤늦게 공개되어 대중의 큰 이목을 모으고 있다.

25일 유튜브 채널 ‘하하 PD’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는 무한도전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던 하하와 정형돈을 비롯해 KBS 공채 출신 개그맨 양상국, 박영진, 김원효가 한자리에 모여 과거 방송계의 비하인드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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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채널 ‘하하 PD HAHA PD

이날 대화 중 정형돈은 자신이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하여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 ‘봉숭아 학당’에서 ‘갤러리 정’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정형돈은 안정적인 공개 코미디 영역에 안주하지 않고 2005년 전격적으로 예능 전향을 선언하며 MBC의 대형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합류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선구적인 도전의 대가는 자극적이고 냉혹했다. 정형돈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방송가는 공채 계약이 끝나자마자 타 방송사 예능으로 직접 전향하는 개그맨 사례가 사실상 전무했던 시대였다.

기존에는 김용만, 김국진 등 대형 스타들이 방송사를 이동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공개 코미디 현장에서 계약 종료 직후 타사로 곧바로 옮겨가는 행위는 방송사 내부에서 심각한 ‘배신’으로 치부되었다. 이로 인해 정형돈은 이적과 동시에 KBS로부터 사실상의 ‘출연 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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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채널 ‘하하 PD HAHA PD

더욱 씁쓸했던 것은 인간적인 관계의 단절이었다. 몇 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개그콘서트 녹화에 참여했던 정형돈은 MBC ‘무한도전’ 녹화일인 목요일을 제외하고 일정이 비어있던 수요일에 습관처럼 친정인 KBS 대기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돌아온 것은 선후배들의 차가운 외면이었다. 수뇌부 차원에서 ‘정형돈이 오면 인사도 받지 말고 배신자 취급하라’는 엄명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2주 연속 대기실을 찾았던 정형돈에게 친한 선배인 김대희가 찾아와 오지 말 것을 권유하며 수뇌부의 방침을 전해야 했을 정도로 당시의 분위기는 서슬 퍼런 냉기류가 흘렀다.

이러한 사면초가의 상황 속에서 정형돈이 다시 KBS 매체로 복귀하고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상상플러스’ 등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속사의 치열한 대외 로비와 설득 과정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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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튜브 채널 ‘하하 PD HAHA PD

금기시되던 방송사 이적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뒤에서 수많은 협상과 타협이 이뤄졌던 것이다. 정형돈은 후배 개그맨들에게 자신이 거친 냉대를 견뎌내며 방송사 간 장벽을 허물었기 때문에 오늘날 후배들이 ‘놀면 뭐하니?’ 등 타사 예능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며 자부심 섞인 회상을 덧붙였다.

결국 정형돈의 폭로는 단순한 과거 해프닝을 넘어, 독점적 공채 시스템과 폐쇄적인 자사 중심주의가 지배하던 2000년대 한국 방송계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스템의 반발과 배신자라는 낙인을 견뎌내며 예능인으로서 영역을 확신하고 확장했던 그의 도전은, 현재의 미디어 생태계가 자유로운 인적 교류와 콘텐츠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데 결정적인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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