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SUV 세닉, 8월 국내 출시
현대·기아에 도전장 내민 르노
실적 반등 이끌 ‘승부수’ 될까

유럽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전기 SUV가 한국 시장에 상륙한다. 이름은 ‘세닉 E-테크’. 르노코리아가 전동화 시대를 겨냥해 국내 첫 전기차로 내세운 모델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세닉 E-테크 출시를 통해 단순한 라인업 확장이 아닌,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의 브랜드 존재감을 재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의 반등 이후, 세닉 E-테크는 전동화 시대를 상징하는 첫 모델로서 의미가 깊다. 본격적인 판매 성과보다 브랜드 이미지 전환과 기술력 어필에 초점을 맞춘 이번 행보는 르노코리아가 다시금 전기차 시장의 중심에 서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기대되는 차종인데, 가격이 문제야”라는 말이 그 분위기를 압축하고 있다.
유럽이 인정한 기술력, 한국에 상륙하다

르노코리아가 선보이는 ‘세닉 E-테크 일렉트릭’은 유럽 시장에서 먼저 성능을 검증받았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BMW 5시리즈, 기아 EV9, 볼보 EX30 등을 제치고 ‘2024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총 329점을 받아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세닉은 르노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AmpR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87kWh 배터리를 탑재해 유럽 기준 최대 625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국내 환경부 기준으로는 복합 443km, 도심 기준 465km의 실주행 가능 거리로 인증을 받았으며, 150kW 급속 충전 기능을 활용하면 35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내부는 친환경 섬유와 재활용 소재로 마감되었고, 그리고 12인치 디스플레이와 고급 사운드 시스템 등 유럽 감성을 담은 UX 구성을 갖췄다. 또한, 고급 트림에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과 운전석 마사지 시트 등 프리미엄 요소도 더해졌다.
EV3·니로EV와 정면승부…현대·기아 아성 넘을까

세닉이 맞붙을 경쟁자들은 만만치 않다. 기아 EV3, 니로EV, 볼보 EX30 등 유사한 전기 준중형 SUV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국내 전기차 시장의 80% 이상을 현대·기아가 장악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르노의 입지는 그리 넓지 않다.
또한,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갖춘 국산 모델들과 달리, 세닉은 라인업의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국내 브랜드에 비해 불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 감성의 디자인, 기아 셀토스보다 크고 스포티지급 넉넉한 실내 공간, 탄탄한 주행 성능은 충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이 변수다.
현재 르노코리아는 6월 계약 시작, 8월 중순 고객 인도를 목표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서울 성수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사전 등록 고객을 위한 혜택도 마련했다.
가격은 부담, 실적은 기대…르노의 선택은?

한편, 세닉 E-테크는 르노 프랑스 두에 공장에서 전량 수입되는 만큼, 가격 책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유럽 판매가는 약 5,900만 원 수준으로, 원·유로 환율 상승이 발목을 잡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고환율 상황에서 마진을 줄이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조6,99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4%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960억 원으로 16.7% 감소했다. 소형차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부진했고, QM6 등의 가격 인하도 효과가 미미했다.
반전을 이끈 건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였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이 모델은 르노와 중국 지리(Geely)의 합작 기술력이 적용된 차량으로, 단 3개월 만에 2만2,000여 대가 팔리며 전체 내수 실적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올해는 세닉 E-테크 한 모델이 실적 반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연말 준대형 CUV ‘오로라2’(가칭)를 선보일 계획이지만,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만큼 올해 실적 기여는 어렵다. 대신 하반기부터는 폴스타4 위탁생산을 통해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세닉은 르노의 ‘전동화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자, 국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적 승부수다. 전기차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기 위한 르노의 도전이 통할 수 있을지, 올 하반기 시장 반응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