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한국인들은 사니까” … 국내 전기차 시장 평정한 막무가내 ‘이 기업’, 정부마저 ‘뿔났다’

배터리 오류에 침묵하는 테슬라
정부 시정 요구에도 한 달째 답변 없어
보조금 지급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돼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류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잇단 불만을 낳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시정 계획을 요구했지만, 한 달 가까이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차종은 오류 발생률이 70%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수리비 부담이 최대 3000만 원에 이르는 소비자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 ‘테슬라 전 차종 예비조사’ 착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테슬라의 국내 판매 전 차종에 대한 ‘BMS 결함 가능성 조사’를 의뢰했다.

강제 리콜 절차 전 단계인 예비조사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술 검토 결과 제작 결함이 명확하면 본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사 진척은 더디다. 연구원이 테슬라코리아에 기술 자료를 요청하면, 수입사가 미국 본사에 문의하고 다시 번역 공증 절차를 거쳐 답변을 보내는 방식이라 한 건의 자료를 받는 데 한 달이 걸린다는 것이다.

조사 범위는 BMS 소프트웨어 오류부터 배터리 팩 자체 결함 가능성까지 포함된다.

소비자 피해 ‘심각’…수리 후에도 고장 반복

문제가 된 오류는 ‘A079’ 코드로, 배터리 불균형이 감지될 때 발생한다. 이 오류가 뜨면 차량 충전이 50% 이하로 제한되거나 아예 불가능해진다. 보증기간 8년 또는 16만㎞를 넘긴 차량은 약 3000만 원의 수리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박용갑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판매된 테슬라 13만 4000여 대 중 4350대에서 A079 코드가 발생했다.

전체 오류율은 3.2%지만, 2019년식 모델 X의 경우 70%를 넘겼다. 수리 이후에도 6%의 차량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테슬라의 서비스 인프라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 14곳의 서비스센터 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며, 지방 8개 시도에는 센터가 한 곳도 없다.

평균 수리 기간은 23일로, 일부는 6개월 이상 걸린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핵심 장치인 BMS를 제때 고치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환경부 “소비자 불만 외면…보조금 중단 검토 가능”

기후에너지환경부 역시 지난달 테슬라코리아에 시정 계획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조금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제도인데, 제조사가 소비자 불편을 방치한다면 지급 취지에 어긋난다”며 대책 마련을 재차 요구했다고 전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언론의 공식 질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상승세다. 지난해 2만 9754대를 판매해 국내 수입차 브랜드 3위에 올랐고, 올해 9월까지 이미 4만 3000대 이상을 팔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책임과 대응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회사의 태도에, 소비자들의 불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