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채용 계획은 오히려 줄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국내 기업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고용노동부가 6월 30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3분기(4~9월) 국내 사업체의 채용계획 인원은 46만명으로, 현재 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부족인원'(46만7천명)보다 7천명 적었다.
부족인원이 채용계획 인원을 웃도는 현상은 1인 이상 사업체 기준 통계가 집계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에는 5인 이상 사업체만 조사하던 시기에도 채용계획 인원이 항상 부족인원보다 많았다.
4년 연속 감소…채용 의지가 꺾이고 있다
채용계획 인원의 감소세는 이미 수년째 이어져 왔다. 2023년에는 전년 대비 8만6천명이 줄었고, 2024년에는 5만9천명, 2025년에는 4만4천명, 그리고 올해는 9천명이 추가로 감소했다. 감소 폭 자체는 줄었지만, 4년 연속 마이너스라는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올해 채용계획 인원 46만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이던 2021년 상반기(42만5천명) 이후 최저 수준이다. 노동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중동발 전쟁 불확실성이 반영되면서 채용계획 인원이 더욱 감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인·채용은 늘고, 미충원은 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단기 고용 지표는 개선세를 보였다. 올해 1분기 구인 인원은 146만4천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만8천명(3.4%) 늘었고, 실제 채용 인원도 136만8천명으로 6만명(4.6%) 증가했다. 아무리 구인해도 채우지 못하는 ‘미충원 인원’은 9만6천명으로 11.8% 줄며 2021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5월 기준 전체 종사자 수는 2,070만1천명으로 전년 5월 대비 20만2천명(1.0%) 증가했다. 현재는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 셈이다. 노동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불안한 회복’으로 진단한다.
업종·규모별 양극화…도소매·건설은 구조적 침체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부족 9만6천명·계획 9만3천명), 보건·사회복지(부족 6만8천명·계획 6만6천명), 도소매(부족 5만3천명·계획 5만명) 순으로 인력 수요가 컸다. 다만 세 업종 모두 공통적으로 ‘필요 인원이 채용 계획보다 많은’ 구조였다.
고용 감소는 특정 업종에서 장기 추세로 굳어지고 있다. 도소매업 종사자는 26개월 연속, 건설업 종사자는 23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11만4천명 증가), 금융·보험(3만3천명 증가), 공공행정(2만6천명 증가)은 고용을 주도했다. 임금 격차도 뚜렷하다. 4월 기준 월평균 임금은 금융·보험업이 826만4천원으로 최고였고, 숙박·음식점업은 234만1천원으로 최저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부족인원(-5.0%)과 채용계획(-7.0%) 모두 크게 줄며 채용 수요 둔화가 두드러졌다. 300인 미만 중소 사업체는 부족인원이 소폭 늘었지만 채용계획은 줄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실제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명목임금은 전년 4월보다 1.5% 오른 403만1천원을 기록했으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1.0% 감소해 근로자의 체감 소득은 줄어드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