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7월 10일 나스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바로 그날, 월가에서는 이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연이어 출시될 준비를 마쳤다. 홍콩과 한국에서 이미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열풍이 미국 시장으로까지 확산되는 흐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프로셰어즈, 레버리지 셰어즈, 렉스 셰어즈 등이 SK하이닉스 ADR 연계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출시를 준비 중이며, 최소 6개 이상의 상품이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DR 상장 공모만 최대 280억달러…세계가 주목
이번 SK하이닉스 ADR 공모 규모는 약 245억~280억달러(약 32조~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외신들은 ‘역대급 외국기업 ADR 딜’로 평가하고 있다. 공모가는 ADR당 149달러 수준이 제시됐고, 1개 보통주에 ADR 10개가 대응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수요 역시 폭발적이었다. 기관 투자설명회에 약 1,000곳의 글로벌 기관 투자자가 몰렸으며, 베일리 기포드와 코튜 매니지먼트 등 대형 성장주 투자사는 최대 70억달러의 매수 의향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은 “한국 상장 본주를 매도하고 미국 ADR을 매수하라”는 차익거래 전략까지 제시하며 ADR의 프리미엄 가능성을 거론했다.
홍콩서 168억달러까지 불어난 레버리지 생태계
월가의 레버리지 ETF 출시 경쟁은 홍콩에서 이미 확인된 선례가 있다. 홍콩 자산운용사 CSOP가 운용하는 SK하이닉스 일일 수익률 2배 추종 ETF(티커: 7709.HK)는 2025년 10월 출시 이후 불과 수개월 만에 운용자산(AUM)이 약 168억달러(약 25조8,000억원)까지 급팽창하며 세계 최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성장했다.
한국에서도 지난 5월 말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한꺼번에 상장됐다. 이 상품들은 두 종목 일일 거래대금의 최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며, 한국 증시 신용융자 잔고는 2026년 상반기 사상 최고치인 250억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대표 상품으로는 프로셰어즈의 ‘SKHU’가 꼽힌다. SK하이닉스 ADR의 일간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이 ETF는 2026년 7월 10일 설립 후 13일경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며, 총보수는 연 1.04%, 순보수는 0.95%로 공시됐다.
“상승 사이클 후반의 신호일 수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증폭하는 특성상, 장 마감 직전 대규모 리밸런싱 매매가 발생해 본주 변동성을 인위적으로 키울 수 있다.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한국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 존 조는 “단일종목 ETF의 성장이 대형주의 거래량과 변동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레버리지 ETF의 등장은 건전한 신호로 여겨지지 않으며, 상승 사이클 후반의 징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