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이 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2026년 7월 9일 오전 11시 20분경, 경북 경주시 경주월드의 대형 관람차형 놀이기구 ‘타임라이더’에서 객차 1대가 궤도를 이탈해 추락했다. 객차는 아이들이 탑승한 다른 객차 2대와 연이어 충돌했다.
천만다행으로 추락한 객차 안에는 승객이 없었다. 충돌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 4명과 40대 남녀 등 5명은 병원 진료 후 귀가했다. 대형 참사는 간신히 피했지만,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가족이 여름방학 방문을 계획 중인 놀이공원에서 벌어졌다.
2023년부터 이어진 사고의 연쇄 고리
이번 경주월드 사고는 돌발적 사건이 아니다. 2023년 10월과 1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롤러코스터 ‘혜성특급’이 운행 중 터널 안에서 멈추는 사고가 두 차례 반복됐다. 승객 20여 명이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구조됐다.
2025년 5월에는 부산 기장군 롯데월드에서 시속 110km, 최대 높이 45m까지 올라가는 ‘자이언트 스윙’이 굉음과 강한 진동을 일으키며 탑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충북 제천 의림지 놀이공원에서 360도 회전 놀이기구의 안전장치가 운행 중 풀리면서 초등학생 4명이 좌석 위로 튕겨 나가 2명이 경상을 입었다. 대형 브랜드부터 지방 놀이공원까지, 예외가 없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구조적 병폐
전문가들은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지목한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매일 시운전을 하고 점검 일지를 작성할 텐데도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는 건 전반적으로 안전불감증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점검 시스템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운전과 점검 일지가 형식에 그치고, 기계 설비를 실질적으로 살펴야 할 전문 인력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 백 교수는 “운영사의 책임 있는 관리자들이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는 있고, 감독은 없다
현행 법체계에서 어린이놀이시설은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대구 남구청과 수성구청 등 지자체들도 여름철을 앞두고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월드 같은 대형 테마파크의 고속·고공 놀이기구에 대한 관리는 여러 법령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중진 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시설 인력이 아니라 전문 인력이 가동 전 점검을 맡아야 한다”며 “지자체가 전문기관의 점검 결과가 실제로 이행됐는지, 형식적 이행에 그치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점검 보고서 제출로 끝나는 구조를 벗어나, 개선 권고와 이행 확인, 미이행 시 제재까지 이어지는 폐쇄형 안전 사이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름방학 성수기를 맞아 놀이공원 이용객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경주월드는 사고 직후 타임라이더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스위스 제작사에 원인 규명과 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 곳의 사고 수습보다 시급한 것은 전국 놀이시설 전반에 걸친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재점검이다. 빈 객차가 추락했기에 망정이지, 다음에도 그런 행운이 반복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