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추고, 기대수명 증가분에 자동 연동하는 포괄적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2060년 한국의 GDP가 최대 1.9%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6년 7월 2일 발표한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을 통해 연금·재정·지역 구조 전반에 걸친 개혁 패키지를 공식 권고한 것이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26년 2.6%에서 2027년 1.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과 민간투자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초고령·인구감소 구조가 중장기 재정과 지역 균형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됐다.
연금 고갈 시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올해 초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8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올리는 개혁을 단행했고, 소득대체율도 43%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를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은 당초보다 7~8년 늦춰진 2060년대 중반으로 밀렸다.
그러나 OECD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납입 상한 연령을 함께 68세로 올리고, 이후에는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를 반영해 자동 연동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는 이러한 포괄적 개혁이 실현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2060년 GDP가 1.9% 더 높아질 것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문제는 현실과의 간극이다. 55~79세 인구 중 주된 일자리를 그만둔 비율은 69.9%에 달하며, 평균 이탈 연령은 법정 정년(60세)보다 훨씬 이른 52.9세로 집계된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평균 희망 근로 연령은 73.4세로 나타나, 실제 퇴직과 희망 간 괴리가 20년에 달한다.
기초연금 재정, 10년 만에 두 배 폭증 예고
연금 개혁의 긴박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기초연금 재정은 2026년 27조5,000억 원에서 2035년 44조4,000억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노인 지원 전체 재정(중앙+지자체)은 같은 기간 41조5,200억 원에서 최대 79조2,000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약 36~40%로, OECD 평균(약 13~15%)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국민연금 평균 월 지급액은 약 450달러 수준으로, 1인 노인의 최소생계비(약 1,070달러)에 크게 못 미치며, 기초연금(월 약 240달러)을 합산해도 최소생계비의 약 64%만 충당하는 구조다.
OECD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장기 재정 목표와 지출 구조조정에 관한 폭넓은 정치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 신뢰도가 2021년 49%에서 2025년 37%로 하락한 상황에서, 세대·계층 갈등을 자극하기 쉬운 연금 개혁을 정치권이 어떻게 공론화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수도권 ‘거점 전략’ 없으면 자원만 분산
OECD는 연금 개혁과 함께 비수도권 소외 문제 해소를 위한 ‘기회의 지리적 지형 재편’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5극 3특’과 유사한 방향으로, 명확한 지역거점을 설정하지 못하면 인프라와 재정 투자가 분산돼 규모의 경제 효과가 희석된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인프라 투자를 기능적 거점지역에 집중하고, 배후 지역과의 네트워크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비수도권 거점도시 내 주요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핵심산업 연계, 졸업 후 취업 비자 전환 절차 간소화를 통한 숙련 이민자 유입도 병행 과제로 꼽혔다.
토지·주택 정책 측면에서는 지방정부에 토지이용 규제 유연성과 개발 수익 귀속 권한을 확대하고, 공공주택은 일자리·서비스 접근성과 지역별 인구통계학적 수요를 반영해 설계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정경제부는 “정책 권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