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옥엽 키웠는데 “용돈은 꿈도 못 꿔요” … 부모 10명 중 7명, 통계청 자료에 ‘씁쓸’

“부모님께 용돈 못 드려 죄송해요”
강원도, 부모 스스로 생활비 해결 비율↑
청년층 ‘캥거루족’ 증가도 주목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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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춘천의 자영업자 김 씨는 이렇게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좋은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당장의 생활비도 버거운 상황이 그 마음을 짓누른다.

이처럼 강원지역에서는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기보다 오히려 부모가 자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8일 발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강원지역 부모 10명 중 7명 이상이 생활비를 스스로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양은 셀프… 늘어나는 부모 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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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1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내 ‘부모 생활비 마련 방법’ 조사에서 ‘부모님 스스로 해결’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4.9%에 달했다.

이는 전년(72.9%) 대비 2.0%포인트 증가한 수치인 반면, ‘자녀 도움’이라는 응답은 2022년 24.1%에서 지난해 20.7%로 줄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전통적인 가정상이 흐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및 사회단체 지원’이란 응답도 1.3%포인트 늘어난 4.4%를 기록했다.

점점 더 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정부나 사회적 자원 혹은 스스로 해결하는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강원지역의 낮은 소득 수준과도 맞물려 있다. 2023년 강원 가구의 평균 소득은 6077만 원으로, 전국 평균(7185만 원)보다 무려 1108만 원이나 낮았다. 비수도권 평균과 비교해도 479만 원 부족했다.

‘어른’이 된 자녀, 아직도 부모 품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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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부모들이 스스로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는 가운데, 자녀 세대는 여전히 부모의 지원에 의존하는 추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캥거루족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르내리며, “저도 40인데 부모님과 함께 산다”, “독립은 꿈도 못 꾼다”는 고백이 쏟아졌다.

포커스미디어가 발표한 ‘캥거루족 리포트’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25~39세 성인 중 68%는 “결혼 전까지는 독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독립의 필요를 못 느껴서”(40%), “부모와 사는 것이 편해서”(32%)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물론 “집값이 비싸다”(32%)와 “생활비 부담”(23%)처럼 경제적 요인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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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부모님 집에 살며 구직 중인 30대 황 씨는 “지금 상황에선 나가 살 엄두가 안 난다”며 “취업이 되면 그때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청년의 결혼과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9~34세 청년 중 59.7%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간 부양 구조가 점차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가족의 형태와 역할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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