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북권 중하위 지역 신축 아파트 국민평형(전용 84㎡) 분양권·입주권 가격이 18억원 선을 향해 일제히 올라서고 있다. 한때 서울에서 집값이 낮기로 손꼽히던 노원·동대문·성북·은평 등 외곽 구(區)에서 일어나는 이례적 현상이다.
성북·노원·동대문구는 2025년 같은 기간 각각 0.74%, -0.08%, 0.17%에 불과했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올해(2026년 6월 8일 기준) 7.02%, 4.96%, 5.50%로 수직 상승했다. 성북구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배, 동대문구는 30배 이상의 상승 폭 확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 신축 품귀, 기존 아파트값 선행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중하위권 지역이 서울 전체 아파트값 상승을 이끄는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원·동대문 신축 국평, 18억대 첫 돌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아이파크 전용 84㎡ 44층 분양권이 지난달 14일 18억1,16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에서 해당 평형 분양권이 18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단지의 분양가는 12억6,200만~14억1,400만원으로, 2024년 분양 당시 이미 노원구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아직 입주 전임에도 최소 4억원가량 가격이 뛴 셈이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신설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인프라가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 가치를 선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격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84㎡는 지난 4월 18일 9층 입주권이 18억3,5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9일에도 22층 입주권이 18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현재 32층 호가는 20억5,000만원에 달한다. 같은 이문동의 래미안라그란데 역시 지난달 8일 14층 입주권이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18억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성북·은평도 15억 돌파… ‘분양가 대비 6억 차익’ 단지 등장
중하위권 전반에서 국민평형 신축 분양권·입주권이 15억원을 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 4단지는 분양가가 8억9,000만원~10억원 초반대였으나, 지난달 27일 11층 입주권이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대비 최소 6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전용 84㎡도 지난달 30일 16층 입주권이 15억8,915만원에 거래됐다. 동대문구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강남·한강벨트권이 위축되는 사이 강북권 수요가 유입되며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신축은 기본 15억… 18억으로 키 맞추는 게 추세”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구조적 흐름으로 읽는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중하위권 가격이 많이 오르다 보니 비슷한 입지에 신축인 아파트가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신축은 기본적으로 15억원이 넘고 갈수록 18억원으로 키를 맞춰가는 것이 지금 중하위 지역 신축 시장의 추세”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전반적인 공급 부족에 주변 시세 상승, 신축 아파트 품귀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신축 아파트는 해당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장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어 시세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한편 2026년 5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21억원을 처음 돌파한 것으로 나타나, 강북 중하위권 신축과의 가격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