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메모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13년 만에 최악의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1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6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4%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분기 전체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해 2분기 기준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선 1분기에는 애플이 점유율 21%로 삼성전자(20%)를 앞섰으나, 한 분기 만에 순위가 뒤집혔다. 시장이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삼성은 점유율을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끌어올렸다.
AI 서버가 스마트폰 부품을 빼앗다
이번 시장 침체의 직접 원인은 메모리 공급난이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수요가 D램과 낸드플래시를 집중적으로 흡수하면서, 스마트폰용 부품 공급이 크게 줄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이 심화됐고, 이에 따른 부품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제조원가를 끌어올려 시장 전반의 수요를 위축시켰다”고 전했다.
실제로 2분기 모바일용 UFS(스마트폰 내장 저장장치) 가격은 전 분기 대비 약 100% 상승했고, 4GB LPDDR4X 계약가도 75%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갤럭시 S26·신흥시장 공략으로 점유율 방어
삼성전자는 갤럭시 S26 시리즈의 판매 호조와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침체장을 헤쳐 나갔다. 특히 갤럭시 S26 울트라는 타인 시야를 제한하는 프라이버시 디스플레이와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높은 수요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와 중동 등 신흥 시장에서 가격 인상 폭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며 점유율을 지킨 점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은 S26 시리즈의 견조한 수요와 공급망 개선, 프로모션 강화를 통해 경쟁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애플, 유일하게 가격 동결…2분기 역대 최고 점유율
애플은 점유율 20%로 2위에 올랐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아이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으며, 아이폰 17 시리즈가 글로벌 최다 출하 모델 자리를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주목할 점은 주요 제조사 가운데 애플이 유일하게 2분기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에도 높은 마진 구조와 수직 통합 공급망을 바탕으로 비용을 흡수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 수요를 효과적으로 끌어안으며 침체장에서 상대적인 승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샤오미(12%)·오포(11%)·비보(8%) 등 중저가 중심의 중국 제조사들은 원가 부담을 버티지 못하고 저마진 모델 출하를 줄이면서 두 자릿수 판매 감소를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에도 모바일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져 스마트폰 업체들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6년 연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약 13.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