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7월 8일부로 경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글로벌 디젤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주요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잇따라 피격된 데다 여름철 내수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공급 위기가 정점에 달한 결과다.
정유업계는 세계 5위 정제국인 한국이 이번 공급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러시아 최대 정유공장 가동 중단…디젤 선적 ‘제로’ 수렴
우크라이나는 7월 5~6일 밤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 옴스크의 대형 정유시설을 장거리 드론으로 타격했다. 옴스크 정유공장은 연간 약 2,200만 톤의 정제 능력을 갖춘 러시아 최대 단일 정유공장으로, 러시아 전체 정제 능력의 약 10~12%를 담당한다.
공격으로 주력 원유 증류 설비 CDU-10이 화재와 구조적 손상을 입었고, 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됐다. 이 유닛은 해당 공장 생산능력의 약 38%를 차지하는 핵심 설비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 11대 주요 정유시설 모두가 최소 1회 이상 타격을 받은 상태가 됐음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누적 영향으로 러시아의 경유·가스오일 선적량은 2025년 평균 81.7만 배럴/일에서 7월 1~10일 기준 23.4만 배럴/일까지 급감한 상황이었다.
경유 마진 사상 최고권…글로벌 시장 즉각 반응
러시아의 수출 전면 금지 발표 직후 국제 디젤 마진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미국 경유 제품 마진은 지난달 26일 배럴당 62.84달러에서 7월 8일 기준 8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 경유 마진도 60달러를 웃도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두바이유 대비 경유 마진도 7월 10일 기준 55.1달러로, 이틀 사이에만 5.2달러 올랐다. 중동전쟁으로 파괴된 정제시설 복구가 지연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까지 재점화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마진 급등을 부추기는 구조다.
각국도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자국 재고를 줄이면서까지 경유·휘발유·항공유 수출을 크게 늘렸고, 중국도 3월 이후 유지해온 수출 제한을 완화해 민간 정유사 수출을 재개했다.
한국, ‘공급 허브’ 역할 확대 기대…정책 제약은 변수
한국은 하루 약 320만 배럴의 정제 능력을 보유한 세계 5위 정제국으로,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1~5월 석유제품 수출 총량은 1억 8,801만 배럴이며, 이 중 경유(7,636만 배럴)가 4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유업계는 한국이 러시아 수출 금지와 중동 정제설비 보수 지연에 따른 공급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정부가 중동전쟁 이후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작년(2025년) 같은 기간의 100% 수준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물량을 늘려 추가 이익을 얻는 데는 상한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