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기업의 나스닥 상장이 한국 외환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조달한 265억달러(약 40조원)가 국내로 유입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를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중앙은행이 동원했던 한미 통화스와프에 버금가는 규모로 평가하고 있다.
공모 대금은 오는 14일 SK하이닉스에 납입되며, 상당 부분이 국내 투자에 쓰이면서 원화로 환전될 예정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로 원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던 한국 외환시장에 ‘민간발 완충재’가 등장한 셈이다.
코로나 때 쏜 통화스와프보다 많은 달러가 한꺼번에 들어온다
이번 SK하이닉스의 ADR 조달액 265억달러는 2020년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실제로 국내에 공급된 달러(198억7,20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당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600억달러 한도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집행된 달러는 198억달러에 그쳤다.
SK하이닉스가 조달한 달러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1분기 원·달러 현물환 하루 평균 거래 규모(332억8,000만달러)의 약 80% 수준이다. 또 외환당국이 올해 1분기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순매도한 달러(약 136억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ADR 기대감만으로도 환율은 이미 움직였다
시장의 반응은 ADR 발행이 공식 확정되기도 전부터 나타났다. 선물환 매도 물량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장중 1,560원 안팎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내려오는 장면이 연출됐다. 7월 9일에는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밀리기도 했다.
재정경제부 문지성 국제경제관리관(국제차관보)은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수급은 경상수지 흑자 증가 등 한국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면서 점차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SK하이닉스의 ADR 상장 영향도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전 효과는 8~9월까지 분산…’급락’보다 ‘완화’에 무게
다만 265억달러가 전액 즉시 원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 측은 “환전 규모와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구매처럼 외화로 결제해야 하는 항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권아민 연구원은 “하루 약 10억달러씩 분할 환전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만큼 실제 달러 공급 효과는 8~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환율 하락도 이러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