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의 빈자리, 내가 채워줄게요” .. 기아, 검증 거친 완벽한 SUV 등장에 ‘주목’

쏘울 생산 중단…EV5로 새 판짜기
중국서 검증, 국내서 재탄생
기아, 전기 SUV 대중화 총력

전기차로 돌아온 기아의 야심작 SUV, ‘쏘울의 빈자리’ EV5가 채운다

16년 넘게 광주공장에서 수출용으로 생산되던 소형 SUV 쏘울이 이달 말 생산을 중단한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울 주인공은 바로 기아의 새 전기 SUV EV5다.

기아는 이미 EV3, EV4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이번 EV5는 이 흐름을 이어가는 ‘승부수’다.

중국에서 먼저 데뷔한 뒤 일정 수준 판매 성과를 거둔 EV5는, 국내 소비자에게 맞춰 사양을 재구성하며 ‘전기차 대중화’의 본격 신호탄이 되고 있다.

국내형 EV5, 중국형과 뭐가 다를까?

중국에서 먼저 선보인 EV5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현지형 모델’로, 2023년 말 출시 이후 1만대 이상 판매되며 시장 반응을 확인받았다. 해당 모델은 저렴한 배터리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 및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전략형이었다.

반면 국내형 EV5는 전혀 다른 접근을 택했다.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장착해 주행 가능 거리와 출력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롱레인지 AWD 모델은 81kWh 배터리를 탑재하며, 1회 충전으로 약 500km 주행을 목표로 한다. 중국형과 비교하면 배터리 성능에서 ‘급이 다른’ 구성이다.

가격대 역시 다르다. 중국형이 약 2,700만원에 출시된 반면, 국내형은 4,000만 원대 초반에서 5,000만 원 초반 사이로 책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적용 시 실제 구매가는 3,000만 원대 후반까지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능과 혜택을 감안하면 실질적 부담은 오히려 낮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틀 EV9, 실속은 EV3…EV5는 그 사이

EV5의 외형은 기아 플래그십 SUV인 EV9의 디자인 언어를 계승했다. 박스형 실루엣과 수직형 주간등, 고유의 라이트 시그니처로 ‘리틀 EV9’이라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뚜렷하다.

실내도 고급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고, 릴랙션 시트, 마사지 기능, 2열 평탄화 폴딩 기능까지 제공된다.

또한, 3존 독립 공조 시스템과 슬라이딩 센터콘솔 등은 가족용, 캠핑용 차량으로도 손색없는 구성이다.

눈여겨볼 점은 전력 활용 기능이다. 기존 V2L(Vehicle to Load)에 더해 EV5는 V2G(Vehicle to Grid)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전기를 외부 기기에만 공급하는 것을 넘어, 전력망에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기술로, 향후 에너지 거래 플랫폼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엿보인다.

‘쏘울’ 시대 끝, EV5로 새 판 짠다

기아가 수출용 쏘울의 생산을 중단한 것은 단순한 차종 재편이 아니다. 이는 기아가 EV 중심 전략으로 완전히 방향을 튼 상징적인 조치로 보인다.

EV5는 쏘울이 남긴 실용성과 감성의 빈자리를 채우는 동시에, EV3·EV4와 함께 기아 전기 SUV 라인업을 탄탄히 구축할 계획이다. 기아는 이미 광주 오토랜드에서 EV5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고, 오는 8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며, 연간 목표는 약 2만 대로 설정됐다.

기아는 올해 EV3 8만 1,000대, EV4 2만 8,000대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여기에 EV5까지 더해지면, 4,000만 원대부터 5,000만 원대 사이의 전기 SUV 시장에 삼총사 모델을 집중 배치하는 셈이다.

기아는 이 세 모델로 중간 가격대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며,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 걸쳐 균형 있는 수요 대응을 꾀하고 있다. EV5는 EV9의 감성, EV3의 실속, EV4의 세련됨을 모두 담아낸 기아 전기차 전략의 완결판이자 가장 강력한 승부수로, 이를 통한 대중화 전략의 성패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