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중국산 배터리 속여 판매
화재 위험 속 57개국 리콜
한국만 무대응 논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중국 10위권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제품을 탑재하고도 세계 1위 CATL 배터리로 속여 판매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에 과징금 112억 3,900만원을 부과하고 양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3,000대, 2,810억원 규모의 기망 판매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해외 57개국에서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벤츠 차량이 화재 위험을 이유로 리콜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리콜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벤츠는 “국내 판매 차량의 배터리 종류가 다르다”며 자발적 리콜을 거부했고, 국토교통부도 “결함 신고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제작 결함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조직적 기망… 판매지침부터 딜러까지

공정위 조사 결과, 벤츠의 기망 판매는 치밀하게 설계된 조직적 행위였다. EQE 6개 모델 중 4개, EQS 7개 모델 중 1개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지만,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배포한 판매지침에는 모두 CATL로 표기됐다.
딜러사 영업사원들은 파라시스 탑재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소비자에게 “세계 1위 CATL 배터리”라고 안내했고, 소비자들은 이를 믿고 1억원대 고가 전기차를 구매했다.
배터리 셀은 전기차의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CATL과 파라시스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현격한 격차가 있다.
실제로 파라시스는 2021년 3월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된 이력이 있다. 벤츠가 의도적으로 파라시스 정보를 숨기고 CATL 이름을 강조한 배경이다.
해외 57개국 리콜… 한국은 무대응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리콜 보고서에서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 EQA·EQB 차량의 “고전압 배터리 셀 내부 단락 시 열화 현상으로 화재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57개국에서 해당 차종 리콜이 진행 중이다. 해외 리콜 대상 차량은 배터리 셀·모듈·팩·BMS 소프트웨어 설계를 모두 파라시스가 담당했다.
반면 국내 판매 EQE·EQS는 배터리 셀과 모듈은 파라시스가, 팩과 BMS 설계는 벤츠가 각각 담당했다. 벤츠는 이를 근거로 “배터리 종류와 용량이 다르다”며 국내 리콜을 거부했다.
국토부 역시 “EQE·EQS 화재 신고가 국내외 통틀어 6건에 불과해 제작 결함 조사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24년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역시 배터리가 파라시스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 신뢰 붕괴와 전기차 시장 위축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해외에서 리콜이 진행되고 있고 국내에서 큰 사고와 관련이 있었던 만큼 결함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벤츠는 공정위 제재에 대해 “고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하지만 업계는 벤츠의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본다. 판매지침 누락이 ‘의도적 은폐’로 판단된 이상, 법적 다툼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토부는 “사회적 문제가 예상될 경우 제작 결함 조사에 돌입할 수 있다”며 해외 리콜 사례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윤리적 책임과 정부의 안전 감독 체계를 동시에 시험대에 올렸다. 벤츠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자발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국토부 역시 해외 리콜 사례와 국내 화재 사고의 연관성을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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