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스페이스X’ 명분 뒤에 독점이 온다…브로모 합병에 반기 든 OH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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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판 스페이스X 반독점 논란
독일 OHB의 유럽위성항법시스템 상상도 / 연합뉴스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판을 뒤흔들 초대형 합병이 반독점 논란에 직면했다.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3사가 추진 중인 위성·우주 사업 통합 프로젝트 ‘브로모(Project Bromo)’에 대해 독일 위성 제조사 OHB의 마르코 푹스 최고경영자(CEO)가 “유럽 내 독점 구조를 형성하는 합병”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푹스 CEO가 “이번 합병은 경쟁을 저해하는 통합이며 유럽 시민과 납세자, 시장 공급 구조 모두에 좋지 않다”고 공개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OHB는 이 같은 위기의식 속에서 지난달 최대 5억1,070만유로(약 8,91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독자 생존 전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연 매출 65억유로 공룡의 탄생…2027년 가동 목표

브로모 합병은 2025년 10월 에어버스·탈레스·레오나르도 3사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합병 후 통합 법인은 2024년 기준 프로포마 실적으로 연간 매출 약 65억유로, 종업원 약 2만5천명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3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경쟁당국에 정식 반독점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며, 목표 운영 개시 시점은 2027년으로 설정돼 있다. 합병 구조는 에어버스·레오나르도·BAE시스템스가 합작한 미사일 제조사 MBDA의 설립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3사는 스페이스X 스타링크의 급속한 확장에 맞서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고 합병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독일 위성 제조업체 OHB 본사 전경 / OHB

‘사악한 일론’ 프레임은 논점 흐리기…진짜 문제는 유럽 내 독점

푹스 CEO는 3사의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스페이스X는 발사체·위성통신 서비스 중심의 수직통합 기업인 반면, 브로모 통합 법인은 유럽우주국(ESA)·유럽집행위원회·각국 정부 등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위성 제조가 핵심이어서 두 회사의 직접적인 경쟁 구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스타링크 창업자를 겨냥한 ‘사악한 일론(Evil Elon)’ 프레임이 논점 흐리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진짜 문제는 유럽 내 독점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의 독립 방산 그룹 인드라 시스템스(Indra Sistemas)도 독립 기업들의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상태다.

연합뉴스

OHB의 역공…5억유로 실탄 장전하고 라인메탈과 손잡다

OHB는 브로모 합병에 맞서 공격적 성장 전략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단행한 유상증자는 주당 300유로(시장가 대비 약 26% 할인)에 신주 약 170만 주를 발행해 순수입 기준 약 4억9,020만유로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조달 자금은 생산시설 산업화·전략적 M&A·발사체 투자·달 탐사 및 저궤도(LEO) 등 차세대 프로그램에 투입할 계획이다.

동시에 독일 방산 대기업 라인메탈(Rheinmetall)과의 군 위성통신 합작법인 ‘OHB Rheinmetall Space Networks GmbH’를 브레멘에 설립하며 방산 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이 합작법인은 독일 연방 카르텔청의 승인을 거쳐 2026년 4월 공식 출범했으며, 독일군(분데스베어) 위성통신 프로그램 SATCOMBw 4단계 수행을 위한 재밍 저항성 메쉬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 사업이다. 합작 발표 당일 OHB 주가는 12% 넘게 급등했다.

푹스 CEO는 “이번 합병으로 내가 수혜를 보는 것은 맞지만, 유럽이 그런 서사를 받아들이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우주 전문가들은 브로모가 2027년 예정대로 가동될 경우, 유럽 위성·우주 제조 시장이 브로모와 소수 독립 사업자 중심의 양극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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