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반도체·클라우드 대형주를 짓누르는 가운데, 애플이 홀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며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7월 13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317.31달러로 마감해 신고가를 경신했고, 시가총액은 4조6,600억달러로 두 달 새 6,500억달러(약 975조원)가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0% 하락했고, 나스닥100지수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애플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7%로, ‘매그니피선트7(M7)’ 가운데 가장 높다.
AI 투자 회의론이 만들어낸 역설적 수혜
AI 인프라 투자 붐이 오히려 애플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설적 구도가 형성됐다. 빅테크 경쟁사들이 수백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와 GPU 클러스터에 쏟아붓는 동안, 애플은 보수적인 온디바이스 AI 전략을 고수해왔다.
이 행보는 한때 ‘AI 경쟁 낙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대한 설비투자(CAPEX) 대비 수익 창출 속도가 더디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라이 스트래티직 파트너스의 마크 브론조 최고투자전략가는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 속에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애플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가격 폭등…가격 인상을 ‘마진 방어’로 재해석
애플은 지난달 25일 맥·아이패드·홈 기기·비전프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메모리·스토리지 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부품 조달 비용이 급등한 데 따른 조치다. 인상 폭은 품목에 따라 100~1,300달러에 달했고, 평균 약 246달러로 추산된다.
가격 인상 직후 애플 주가는 2025년 4월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JP모건의 새믹 채터지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과거에도 가격을 인상했지만 판매량은 계속 확대돼왔다”며 수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애플은 저렴한 메모리 확보를 위해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반도체 업체 두 곳으로부터 중국 판매용 기기에 한정한 부품 구매를 허용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가 이를 불허할 경우 추가적인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폴더블 아이폰·역대 최대 FCF…기대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나
시장에서는 오는 9월 출시가 예상되는 폴더블 아이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한다. 애플은 협력업체에 생산 목표를 기존 700만~800만대에서 약 1,000만대로 상향해 준비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측면에서도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매출은 약 15%, 순이익은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잉여현금흐름(FCF)은 사상 최대인 1,400억달러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6 회계 2분기(2026년 1~3월)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7%, 희석 주당순이익(EPS)이 22% 성장해 이 같은 연간 전망과 일관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애플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4배로, 테슬라를 제외한 M7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애널리스트 매수 의견 비율도 61%로,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엔비디아의 약 90%에 비해 눈에 띄게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