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더니 더 갑니다”… 반도체 폭락 소문에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이유

댓글 0

한은의 반도체 고점 부정
SK하이닉스 ADR 상장식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 연합뉴스

반도체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고점론’에 한국은행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반면 고성능 반도체 공급은 기술적 한계로 더디게 늘고 있다며, 현재 반도체 경기가 과거 어느 사이클과도 다른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2023년 3월 이후 40개월째 지속 중이다. 2000~2020년 다섯 차례 확장기의 평균 지속 기간인 29개월을 이미 크게 상회한다.

한국은행은 이를 근거로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IB)을 인용하며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적어도 내년(2027년)까지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수요는 폭발, 공급은 제자리…구조적 불균형

한국은행이 고점론을 부정하는 핵심 논거는 수요와 공급 간 구조적 불균형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AI 인프라 투자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는 2026년 전년 대비 80% 증가에 이어, 2027년에도 50% 수준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주문형 제품 위주로 공급이 재편된 구조가 병목을 심화시키고 있다. HBM 생산에는 TSV(실리콘 관통 비아), 3D 스태킹 등 고난도 공정이 요구되어 신규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은 2027년 하반기 이후로 추정된다.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55%, 삼성전자 35~40% 수준으로, 사실상 두 기업이 공급을 좌우하는 구조다. HBM3E는 동등 용량의 DDR5 대비 5~6배 가격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가 전체 HBM 소비의 약 70%를 차지한다.

코스피 반도체 고점 논란 / 연합뉴스

‘역대 최강’ 수출 지표가 뒷받침하는 한은 판단

한국은행의 낙관론은 실물 수출 지표에서도 뒷받침된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올해 4월 171.4%, 5월 167.7%에 달했다. 6월에는 반도체 수출액이 448억2000만달러로 처음 월간 4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증가율도 199.5%까지 치솟았다.

6월 한국의 총수출액은 1022억달러로 사상 처음 월간 1000억달러 벽을 넘어섰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 누계는 1924억달러로, 2025년 연간 실적(1734억달러)을 이미 초과했다.

DDR5 메모리 고정 가격도 올해 3월 31.0달러에서 6월 40.0달러까지 매달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가격 지표에서도 사이클 전환의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은 여전…한은, 리스크 요인도 경고

한국은행은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위험 요인도 함께 제시했다. AI 기술의 수익성과 확산 범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AI 버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빅테크의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따른 에너지 병목과 전력 비용 상승도 반도체 경기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변수로 거론된다.

글로벌 IB들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난다. JP모건은 AI 기반 칩 사이클이 “여전히 초기 국면”이라며 2028년 이전까지는 의미 있는 신규 공급이 나오기 어렵다고 보는 반면, 모건스탠리 일각에서는 2027~2029년 이후 대규모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편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 전망을 포함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Copyright ⓒ 리포테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