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폭락하며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역설적인 수치가 등장했다. 시장이 가라앉을수록 불공정거래 신고는 오히려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단 5개월 만에 54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는 2024년 연간 신고 건수인 55건에 사실상 근접한 수치다.
현재 추세가 유지될 경우, 올해 연말에는 2024년 1월 신고센터 개소 이후 최다 신고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고의 93%는 ‘시세조종’…침체기 소형 코인이 표적
올해 1~5월 접수된 54건의 신고를 유형별로 보면, 시세조종이 50건으로 전체의 약 92.6%를 차지했다. 미공개정보 이용과 부정거래 신고는 각각 2건으로 집계됐다.
블록체인 컴플라이언스 전문기업 보난자팩토리 관계자는 “시장 침체기엔 시가총액이 작고 유통 물량이 적은 코인들을 골라 불공정거래가 일어나곤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고센터는 접수 유형과 횟수에 제한이 없어, 동일인이 의심만으로 여러 종목을 반복 신고하는 사례도 있다.
‘밈코인 러그풀’에 처음으로 사법의 칼날이 서다
신고 건수 급증과 맞물려 수사·제재도 본격화되고 있다.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지난 5월까지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사건 23건을 고발하고, 5건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중요한 법적 선례가 만들어졌다. 2025년 1~2월 밈 코인을 발행하고 허위 호재를 퍼뜨려 가격을 끌어올린 뒤,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매도해 약 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 3명이 기소된 것이다. 가상자산 인플루언서 등 2명은 구속, 1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사기적 부정거래’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첫 사례이자, 탈중앙화거래소(DEX)를 이용한 가상자산 범죄가 사법처리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포상금·리니언시 도입 논의…제도 보완 요구 커진다
신고 급증과 첫 사법처리 선례가 나오자,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가조작·회계부정 신고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지급 상한을 폐지한 전례를 들며,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신고에도 포상금 제도와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난자팩토리 관계자는 “신고 포상금 제도가 불공정거래 적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검증된 ‘보상+리니언시’ 구조를 가상자산 영역에 이식하는 방안이 정책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