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 넘게 소비자를 압박하던 ‘기름값 2천원 시대’에 균열이 생겼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하락과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 인하가 맞물리면서, 서울 휘발유·경유 가격이 동시에 1천900원대로 내려왔다.
29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95.97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29.2원 하락한 수치로, 서울 평균 경유 가격도 28.9원 내린 L당 1,981.6원을 기록하며 1천900원대에 진입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4월 2천원선을 돌파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1천900원대로 내려온 것이다.
106일 만의 첫 인하…상한선 L당 150원 낮아졌다
국내 기름값 하락의 제도적 배경에는 정부의 ‘7차 석유제품 최고가격 고시’가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0시부터 휘발유 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을 새 상한선으로 고시했다. 이전 고시 대비 세 유종 모두 L당 150원씩 인하된 수준이다.
이는 올해 3월 최고가격제가 도입된 이후 106일 만의 첫 하향 조정으로, 제도 출범 후 한 번도 손대지 않던 상한선을 처음으로 내린 조치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고시된 상한 이상으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격 통제 장치로, 행정부가 고시만으로 신속하게 상한을 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소비자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7차 고시 전날인 26일과 비교해 29일 오전 6시까지 사흘 사이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L당 24.4원, 24.2원 하락했다고 밝혔다.
두바이유, 한 달 새 34% 폭락…국제유가 급락이 ‘가속 페달’
가격 하락에 더욱 강한 힘을 실은 것은 국제유가의 급격한 하강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두바이유는 지난 5월 26일 배럴당 98.0달러에서 6월 25일 64.4달러로 한 달 만에 34.3% 급락했다.
배럴당 30달러 이상이 한 달 사이에 증발한 셈이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5월 말~6월 초의 급락분이 이달 말 국내 판매가격 하락으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하락의 인과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상한선을 L당 150원 낮췄음에도, 사흘간 실제 주유소 가격 하락 폭은 20원대 중반에 머물렀다. 상한 인하분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 가격보다는 유통 마진으로 흡수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