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위기경보 ‘주의’ 격상
UAE 긴급 물량 확보
4월 말까지 유지 가능 분석

20일 새벽,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전 마지막으로 통과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 한국에 입항한다. 이후 24일 대체 항로 유조선이 들어오지만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18일 오후 3시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한 이유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데, 미국-이란 전쟁이 3주째 이어지며 수급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208일분 비축유가 있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일평균 순수입량 기준일 뿐이다.
국내 실제 석유 소비량(하루 280만 배럴)으로 계산하면 1억 9천만 배럴의 비축유는 단 68일분에 불과하다.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전체 비축유의 실제 가용 기간이 두 달 남짓이라는 의미다.
UAE 긴급 물량으로 4월 말까지 버틴다

이재명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한 강훈식 비서실장은 18일 UAE로부터 원유 1,800만 배럴을 긴급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6일 확보한 600만 배럴을 포함하면 총 2,400만 배럴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IEA와 공조해 풀기로 한 비축유 2,246만 배럴을 합치면 총 4,646만 배럴의 ‘탄약’이 생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UAE 물량과 비축유를 합치면 우리 경제가 약 22~25일가량을 추가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규모”라며 “차량 5부제 실시 등 강력한 수요 관리 대책이 병행된다면 당초 우려와 달리 4월 말까지는 수급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UAE 푸자이라 항구가 호르무즈 해협을 벗어났지만 여전히 이란의 공격권 하에 있어, 실제 선적 및 입항 시점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35년 만에 차량 5부제 현실화하나

정부는 수요 관리 차원에서 차량 5부제나 10부제 등의 강력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전국 단위로 민간 차량까지 의무 시행한다면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이다.
산업통상부는 산유국이나 외국 석유회사가 국내에 비축해둔 원유에 대한 우선 구매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IEA와의 비축유 방출 규모와 시기를 세밀하게 조율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완화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나프타 수입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대체선 확보에 사활을 걸었지만 단기 계약이어서 기존 중동산 원유보다 도입 단가가 비싸고 운송비도 증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이란이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 선박만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CNN 보도가 나오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중동 의존 70%, 설비 전환 없이는 재발 불가피

이번 사태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원유 공급망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지 재확인시켰다. 한국이 호르무즈를 통해 원유의 70%를 수입하는 구조에서, 해협 봉쇄는 곧 경제 마비를 의미한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하루 약 2,5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며, 이 중 80%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로 향한다. 비교하자면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호르무즈를 통해 수입한다.
유 교수는 “향후 중동 외 지역에서 다양한 원유를 상시 도입하려면 중질유 중심의 국내 정유사 설비를 전환해야 한다”며 “호주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정유 플랜트 시설에 직접 재정을 지원했듯 우리 정부도 정유사의 설비 전환에 과감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