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수출 한 종목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통째로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한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 평균은 3.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 2.0%에서 반년 새 무려 1.0%포인트(p)가 뛰었다.
특히 지난 6월 한국의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전망 상향의 기폭제가 됐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만 448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9.5% 폭증하며 사실상 한국 경제의 ‘단일 엔진’ 역할을 했다.
JP모건 3.7%, 씨티 3.5%…’3%대 중후반’ 잇따라
IB들의 성장률 상향 조정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4월 말 평균 2.4%에 불과했던 전망치가 5월 말 2.8%, 6월 말 3.0%로 석 달 연속 상향 조정됐다.
기관별 조정 폭도 눈에 띈다. JP모건은 5월 말 3.0%에서 한 달 만에 3.7%로 0.7%p 올리며 조정 폭이 가장 컸고, 씨티은행도 3.0%에서 3.5%로 상향했다. 바클레이즈(2.6→2.7%), 골드만삭스(2.5→2.7%), HSBC(2.6→2.8%)는 0.1~0.2%p씩 점진 상향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3.1%)·노무라(2.4%)·UBS(2.8%)는 전월 전망을 유지했다.
나아가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한국 성장률을 4.0%로, 국내 재보험사 코리안리는 4.1%로 제시해 ‘4%대 성장’ 시나리오도 현실적 논의 선상에 올라섰다.
경상흑자율 6.5%→14.0%…역대급 흑자 구조 형성
성장률뿐 아니라 경상수지 전망도 급등하고 있다. 해외 IB 8곳이 제시한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경상흑자율) 평균은 6월 말 기준 14.0%로, 지난해 12월 말 전망치 6.5%의 두 배를 넘어섰다.
HSBC가 9.8%에서 17.0%로 한 달 만에 7.2%p 올린 것을 비롯해, 씨티(11.8→16.4%)·뱅크오브아메리카(15.0→16.1%)·노무라(10.0→15.5%)·골드만삭스(12.4→15.1%)·JP모건(10.2→14.8%) 등 7개 기관이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통상 선진 개방 경제에서 경상흑자율 5%를 넘기면 이례적 수준으로 평가되는 만큼, 14~15%대 전망은 역사적으로도 드문 초대형 흑자 구조를 시사한다.
반도체 단일 엔진의 명암…한은 8월 전망 주목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성장률 상향이 반도체 편향 구조에 기댄 만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제기된다.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 4,967억 달러 중 반도체의 비중은 사실상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메모리 가격 조정이나 AI 투자 속도 둔화, 미·중 기술 갈등 등의 변수가 현실화될 경우 성장 시나리오가 빠르게 재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재정·통화 당국의 공식 전망도 아직은 신중한 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을 2.6%로 제시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19일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p 높은 1.8%로 나타나, 연간 전망치가 기계적으로라도 2.6%에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