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 직후 폭등했던 국제 유가의 후폭풍이 한국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9.82(2020년=100)로, 전월(128.75) 대비 0.8% 상승하며 2025년 9월 이후 9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유가 충격, ‘시차’를 두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은 3월과 4월 각각 32.0%씩 급등하며 두 달 연속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5월에는 2.3% 하락으로 전환됐지만, 그 충격은 이미 다른 품목들로 번져나갔다.
화학제품이 1.8%,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가 1.6%, 1차 금속제품이 1.4% 각각 오르며 공산품 전체가 0.7% 상승했다. 산업용 도시가스는 10.3% 급등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9월(11.2%)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석탄 및 석유제품이 하락 전환했으나, 중동 전쟁 직후 급등한 유가 영향이 시차를 두고 화학제품·산업용 도시가스·항공서비스 등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항공 부문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국제항공여객 가격이 16.5% 오르며 2020년 7월(16.6%)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항공화물도 15.6% 상승했다. 연료비 급등이 운임에 그대로 전가된 결과다.
역대 최고 찍은 금융·보험 서비스…증시 호황의 역설
이번 PPI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금융·보험 서비스 가격의 이상 급등이다. 5월 금융 및 보험 서비스 가격은 전월보다 8.3% 올라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핵심은 증권사 위탁매매수수료다. 위탁매매수수료가 22.2% 뛰며 1998년 12월(23.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주가가 오르면 거래대금이 커지고, 수수료율이 그대로인 이상 수수료 수입 역시 비례해 늘어나는 구조다.
이 팀장은 “만일 수수료율에 변동이 없고 주가가 계속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위탁매매수수료 상승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재료 급락’은 착시…중간재·최종재는 여전히 상승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137.95로 전월 대비 보합에 그쳤다. 그러나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원재료가 8.1%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4월 원재료가 198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인 28.4%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중간재(+1.2%)와 최종재(+0.3%)는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출하와 수출을 합산한 총산출물가지수도 1.2% 올랐다.
한은 측은 6월 들어 국제 유가가 전월보다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동 지역 석유 시설 복구 속도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추이에 따라 국내 에너지 가격 경로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지정학적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에너지발 생산자물가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