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연속 폭락으로 6,0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던 코스피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6,153조원대로 되살아났다. 7월 9일 오전 9시 26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 대비 242.59포인트(3.35%) 오른 7,489.38을 기록 중이다.
장 초반 한때 7,540.45까지 치솟으며 4.05%를 웃돌기도 했다. 불과 사흘 전, 코스피가 하루 만에 -7.89% 급락하며 8,000선이 무너졌던 ‘반도체 쇼크’의 충격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장면이다.
7월 2일 -7.89%…’반도체발 쇼크’의 발화점
이번 급반등의 맥락을 이해하려면 7월 초 충격부터 짚어야 한다. 지난 2일 코스피는 단 하루 만에 655.32포인트 급락해 7,648.09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이후 7~8일에도 하락이 이어지며 삼성전자는 직전 고점 대비 약 -26%, SK하이닉스는 약 -30% 수준까지 밀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8월 초 미국 빅테크의 실적·설비 투자 가이던스 발표 전까지의 정보 공백을, 주식시장이 가격 조정으로 반영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미·이란 종전 MOU 흔들림…연준 매파 기조까지 ‘삼중 압박’
외부 변수도 동시에 작동했다. 지난 6월 중순 미국과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시·영구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재개하는 내용의 14개항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란 경제 재건을 위한 최대 3,000억 달러 규모 기금 조성과 핵 프로그램 현상 유지 동결도 포함된 합의였다.
그러나 7월 초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를 전격 취소하고 호르무즈 해협 내 공습을 재개하면서 협정 이행에 균열이 생겼다. 이란 외무부는 “핵심 조항이 무력화됐으며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반발했고, 미 당국자는 “휴전이 적어도 일시적으로 중단됐다”고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중 종전 MOU가 “끝난 것 같다”며 추가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이내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매파적 기조를 재확인시켰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중동 전쟁 여파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검토 필요성을 언급했고, 최종적으로 금리는 3.50~3.75%로 만장일치 동결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99.30원으로, 1,500원 선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반도체 ‘투 톱’ 급반등…수급은 외국인·기관 vs 개인 ‘역방향’
9일 반등의 주역은 직전 폭락을 주도했던 반도체 종목들이다. SK하이닉스는 9.10% 오른 226만5,000원을 나타냈고, 개장 직후 한때 227만원까지 회복했다. 삼성전자도 4.68% 오른 29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밤 뉴욕 시장에서 브로드컴이 애플과의 300억 달러 규모 반도체 공급 계약 확대 소식에 4.83% 급등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23% 뛰었다. 미국 반도체주의 반발이 국내 저가 매수의 불씨를 당긴 셈이다.
수급 구조는 뚜렷하게 갈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16억원을 순매수하며 이틀 연속 ‘사자’를 이어갔고, 기관도 4,462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홀로 5,722억원 순매도로 상승 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5.71%)와 제조(+4.44%)가 강세를 주도한 반면, 현대차(-2.70%)·기아(-3.25%)·삼성생명(-2.75%) 등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반도체 관련 불안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내용인 만큼, 미·이란 이슈가 차익실현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3거래일 연속 폭락에 따른 낙폭 과대 인식 속에서 미국 반도체주 반등과 코스피200 야간선물 강세가 저가 매수 유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