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 경고등 켜졌다…메모리 가격 폭주, 3분기 브레이크 밟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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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 둔화 신호
연합뉴스

1년 사이 가격이 8~9배 뛴 반도체 메모리 시장에 속도 조절 신호가 감지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3분기 D램 계약가격 상승률이 전 분기 대비 13~18%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6일 전망했다. 2분기에 58~63% 폭등한 것과 비교하면 인상 속도가 사실상 3분의 1 이하로 꺾이는 셈이다.

낸드플래시 역시 3분기 상승률이 10~15%로, 2분기(55~60%) 대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AI 서버 수요가 공급 부족을 이끌고 있지만, 소비자 시장에서는 이미 ‘가격 수용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AI 서버가 불붙인 ‘슈퍼사이클’, 숫자로 본 1년

이번 가격 급등의 진원지는 AI 데이터센터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학습·추론용 서버를 경쟁적으로 증설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를 한꺼번에 빨아들인 것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재래식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93~98% 급등했으며, 같은 기간 글로벌 D램 매출은 970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81%나 치솟았다.

현물 시장에서는 8Gb DDR4 칩 평균 가격이 16달러(약 2만1천 원)까지 오르며 전년 동월 대비 10배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128Gb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은 24.16달러(약 3만1천 원)로, 1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공급 측면에서는 주요 제조사들이 불황기였던 2023~2024년 생산량을 줄인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어,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공급이 탄력적으로 늘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가격 전가와 불확실성
애플 매장 / 연합뉴스

‘악순환’ 우려…스마트폰 가격 오르면 D램 수요 또 꺾인다

문제는 가격 상승 압력이 소비자 제품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높아진 저전력 D램(LPDDR) 구입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3분기에 소매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 경우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고, 제조사들이 생산 계획을 축소하면서 D램 수요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AI가 생산성을 높여 물가를 낮출 것이라는 초기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AI 하드웨어에 들어가는 메모리·GPU 가격 급등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하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TV·가전·스마트폰·PC 가격을 밀어 올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삼성 ‘20% 인상 카드’ vs 트렌드포스 전망…수혜주는 어디

공급사들은 여전히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재래식 D램 계약가격을 2분기 대비 최대 20% 인상하는 방안을 일부 고객사, 특히 중국 고객사에 비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트렌드포스가 제시한 시장 평균 전망치(13~18%)보다 공격적인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제프리스 등 일부 글로벌 증권사는 3분기 메모리 가격이 40~45%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강세 시나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85조 원, 매출은 약 37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가격 급등이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를 초래해 2027년 이후 또 한 번의 급락 사이클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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