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음식점마저 문을 닫고 있다. 새로 창업하는 사람은 줄고, 오랫동안 버텨온 사업자가 폐업하면서 한국 자영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가동사업자는 1,032만1,407명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국세통계포털에서 확인 가능한 2005년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가동사업자 증가율은 2020년 7.5%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6.4%, 2022년 5.1%, 2023년 2.8%, 2024년 2.0%에 이어 지난해 1%대로 추락했다. 5년 사이 증가율이 사실상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창업은 끊기고, 폐업은 쌓이고
창업 둔화가 이 추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는 116만8,273명으로 전년 대비 4.1% 감소했고,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2014년 이후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폐업자는 97만5,681명으로 전년(100만8,282명)보다 3.2% 줄었지만, 신규 사업자 100명당 83.5명이 문을 닫는 구조는 2013년(84.0%)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창업이 줄어든 탓에 폐업이 소폭 감소해도 전체 지표가 나빠지는 악순환 구조다.
폐업 사유를 보면 ‘사업부진’이 49만1,966명으로 전체의 50.4%를 차지해 2년 연속 절반을 넘겼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54.9%)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분석에서도 폐업 이유 1순위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이 70.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이상 버틴 사업자, 3명 중 1명이 폐업
특히 주목되는 것은 장기 영업 점포의 연쇄 이탈이다. 지난해 5년 이상 존속한 뒤 폐업한 사업자는 31만7,406명으로 2005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폐업자 중 비중이 32.5%로, 문을 닫은 사업자 3명 중 1명은 5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사업자다.
음식업에서 이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해 음식업 가동사업자는 전년 대비 1.9% 줄어든 79만8,969명으로 80만명 선 아래로 내려갔다. 신규 창업(13만114명)이 전년보다 13.6% 감소한 반면 폐업(14만2,557곳)이 이를 앞서며 순감소 폭이 전년(-2,491곳)의 5배인 1만2,443곳으로 확대됐다.
20년 이상 영업해온 음식점 폐업은 지난해 2,797곳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21년(1,738곳)과 비교하면 4년 만에 61% 급증한 수치다.
홈플러스 파산 기로…4,400억 긴급 수혈
자영업 경기에 또 다른 악재가 더해졌다. 7월 초 서울회생법원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청산 수순에 놓인 것이다. 한때 전국 140여개 점포를 운영했던 홈플러스가 최종 파산할 경우 입점업체 점주와 납품업체 등 공급망 전반에 광범위한 충격이 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패키지를 내놓았다. 중소 협력업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 경영안정 자금 900억원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특례 보증 3,500억원 등 총 4,4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한도는 기존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고 금리는 0.5%포인트 인하된다. 임금 체불 근로자에게는 1인당 최대 2,100만원의 대지급금이 지원된다.